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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4일 물가설명회 한다는데‥디플레 파이터의 '저물가 탈출 딜레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4초

2016~2018년 물가안정목표 2%서 0.5%P 안팎 이탈 땐 공개 설명
최적카드는 '통화정책'인데 물가·금리 상관관계 떨어져 효과의문
저금리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늘어 구조조정 정책에 역행할 수 도


한은, 14일 물가설명회 한다는데‥디플레 파이터의 '저물가 탈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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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그를 기로에 세운 것은 오는 14일 한은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물가설명회. 작년 말 2016~2018년의 물가안정목표를 2.0%로 제시한 후 실제 물가가 일정 기간 목표치에서 ±0.5%포인트를 초과해 이탈할 경우 총재가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발표한 후 처음 열리는 설명회다.


한은, 14일 물가설명회 한다는데‥디플레 파이터의 '저물가 탈출 딜레마'


한은 총재가 직접 주재하는 물가설명회는 한은의 중대한 방향 전환을 예고한다. 중앙은행의 전통적 가치인 '인플레 파이터'에서 저물가 탈피를 위한 '디플레 파이터'로서 위상을 재정립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 입장에서도 '디플레 파이터'로서의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해있다.


물가관리를 위해 이 총재가 꺼낼 수 있는 최적의 카드이자 유일한 카드는 '통화정책'이다. 정통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돈을 풀면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물가는 자연스럽게 오르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등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편 것도 이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였다. 원ㆍ달러 환율도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품 가격은 내려가고 수입품 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이같은 과정에서 물가는 오를 수 있다는 게 경제학 원론의 정공법이다. 원ㆍ달러 환율 역시 직접적으로 돈을 푸는 통화정책으로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와 물가의 상관관계가 최근 들어 많이 약해졌다는 게 이 총재의 딜레마다. 이 총재는 작년 말 송년간담회에서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를 예로 들며 금리를 내려도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졌다며 답답해했다. 기존 경제이론과 다른 현상으로 경제현상 예측이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 총재는 2014년 4월 취임 후 기준금리를 5차례에 걸쳐 총 1.25%포인트 낮췄지만 이 기간 물가는 1.5%(2014년 4월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에서 0.8%(2016년 6월 전년동월대비 상승률)로 되레 떨어졌다.


물가와 금리의 상관관계가 약해진 가운데 금리 인하의 부작용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는 점도 이 총재의 발목을 잡는다. 5차례의 금리 인하로 이미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선 상황인데 또 다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경우 자칫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도 늘어날 수 있어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에 따른 외환시장의 불안감도 조성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저물가에 따른 저성장 구조의 고착이란 부작용이 더 큰 만큼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은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접근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물가관리 의지를 표명한 것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에는 국제유가 하락의 기저효과가 없어져 상반기보다는 물가는 오를 것"이라며 "하지만 하반기 경기의 하방 압력이 큰 상태라 경기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불안감이 많이 완화됐고 미국의 금리인상도 지연될 분위기라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좀 있는 상태"라며 "금리를 1~2회 더 내려 경기 활성화와 함께 저물가 기조 탈피 효과를 노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하반기 물가의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기준금리 카드를 아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유가가 추가 하락만 하지 않는다면 하반기를 지나면서 근원물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물가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를 낮춘다는 경제 공식이 현재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물가회복세를 지켜보며 통화정책 카드를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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