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위기를 맞았던 아베노믹스가 지난 10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대승하면서 일본 경제를 되살릴 기회를 또 얻었다. 하지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일손부족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는 점은 아베노믹스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11일 참의원 개표 결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ㆍ공명 연립여당은 총 121명의 참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각각 56석과 14석을 얻으며 과반수 이상 의석을 확보했다.
당초 이번 선거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 야당 역시 아베 정권이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했다는 점을 들어 "아베노믹스는 사실상 실패했다"며 공격의 주요 논리로 삼기도 했다.
기업들의 수익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가 좀처럼 늘고 있지 않는 것이 아베노믹스가 비판 받는 주요 이유다. 각종 언론 여론조사에서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실패했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이번 선거로 아베노믹스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는 평이다. 산케이신문은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이 아베노믹스를 어느 정도는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고 분석했다.
향후 아베노믹스의 초점은 경제 활성화 대책에 맞춰진다. 아베 총리가 유세기간 중 "아베노믹스의 엔진을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힌 만큼, 대규모 재정 투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가을께 일본 정부가 5조~10조엔(약 114조원) 규모의 공공사업 투자에 나설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구마모토 지진 사태를 계기로 방재ㆍ관광 관련 인프라 정비에 1조~2조엔 정도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침체된 소비를 늘리기 위해 국민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일손부족 문제가 겹치며 경제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무라증권은 아베 정부의 경제대책까지 반영해도 올해 일본 경제 실질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 역시 0.9%로, 아베 정권이 목표로 하고 있는 2%에 크게 못 미친다.
아베 정권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실현을 골자로 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으나 일손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힘들다는 지적이다. 크레디스위스 증권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건설업만도 현재 80만명의 인력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며 "(아베 정권의) 경제대책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소비세율 인상 연기로 인한 재정 구멍을 메울 방안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아베 정부는 당초 10% 세율 하에서 시행하려 했던 정책을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저소득 고령자에게 연간 6만엔을 지급하고 연금수급 자격도 기존 25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는 한편, 저소득층의 간호보험료를 경감해 주기로 했다.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이런 정책들을 선행하다 보면, 재정 건전화는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에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일본의 재정건전화 노력에 의구심이 생긴다는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하기도 했다.
올해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양당 대선주자들이 모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어 재협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역시 불안요소다. 일본 정부는 가능한 한 빨리 관련법안을 통과시키고 싶어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내에 미국 의회에서 TPP 법안이 승인되지 못할 경우, 차기 정권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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