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때 권총 절도에 24살 때는 음주운전 체포, 2년 전 잠정 은퇴까지, 지금은 메이저챔프 우뚝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사고뭉치에 금지약물까지?"
세계랭킹 2위 더스틴 존슨(미국)의 비밀이다. 16살 때인 2001년 권총을 훔쳐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사면됐고, 2009년에는 음주운전혐의로 체포되는 등 비하인드 스토리가 모두 뉴스거리다. 2014년 8월에는 돌연 잠정 은퇴를 선언해 또 다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마리화나와 코카인 등 마약 때문에 6개월 징계를 받았다"는 보도다. 존슨은 정확하게 6개월 후인 2015년 2월 파머스인슈어런스에서 복귀했다.
풀 네임은 더스틴 헌터 존슨이다. 닉네임이 'DJ', 193cm의 키에 86kg의 당당한 체격이다. 지난해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최고의 신체 조건을 가진 골퍼'에 올랐을 정도다. 2008년 프로로 전향해 메이저 1승을 포함해 통산 11승을 수확했다. 특히 2008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9시즌 연속 우승을 일궈내는 일관성을 과시했다.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스스로 스윙을 터득했다는 게 재미있다. 6세부터 골프장 프로인 아버지 스콧 존슨을 따라 다니면서 많은 골퍼들을 스윙 교본으로 삼았고, 대학시절 세계적인 교습가 부치 하먼(미국)을 만나 스윙 매커니즘을 완성했다. 백스윙 톱에서 왼쪽 손목이 뒤로 꺾이는 독특한 형태다. 현재 스윙코치를 맡고 있는 클라우드 하먼 3세는 "바람직한 손목 모양은 아니지만 고치지 않았다"며 "강력한 스윙의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파워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고다. 올 시즌 드라이브 샷 평균 비거리 2위(312.5야드)와 볼 스피드 6위(181.40mph), 클럽헤드 스피드 8위(122.08mph)다. 하지만 메이저대회에서 항상 불운이 이어지면서 "큰 대회에 약하다"는 징크스까지 생겼다. 2010년 PGA챔피언십 최종일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18번홀(파4)에서 숨겨진 벙커를 러프로 착각해 지면에 클럽을 대는 바람에 2벌타를 받고 다 잡았던 우승을 날린 게 출발점이다.
지난해는 US오픈 최종일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2온'에 성공하고서도 불과 3.7m 거리에서 3퍼트를 하는 어이없는 실수로 조던 스피스(미국)에게 우승컵을 상납했다. 우승 이글은커녕 연장으로 가는 1.2m 버디 퍼팅까지 놓친 뒤 분루를 삼켰고, 스피스는 마스터스에 이어 '메이저 2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달 20일 끝난 올해 대회에서 스피스의 타이틀방어를 저지해 '한풀이'에 성공한 셈이다.
'구성(球聖)' 보비 존스(미국)와 니클라우스, 우즈에 이어 US오픈에서 준우승 뒤 이듬해 우승한 4번째 선수라는 진기록이다. 2013년 '아이스하키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캐나다)의 딸이자 모델 폴리나 그레츠키와 약혼했고, 지난해 아들을 얻어 가정이 안정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난 4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서 2개 대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해 '존슨 시대'를 개막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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