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함께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가 대표직을 4일(현지시간) 내놨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영국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 수장들이 줄줄이 물갈이 되는 분위기다.
패라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브렉시트 투표 승리로 "정치적 야망을 이뤘다. 내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며 대표직 사임을 밝혔다.
그는 영국독립당은 브렉시트가 되돌려지는 것을 막는 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영국은 "브렉시트 총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패라지는 작년 5월 총선에서 출마했다가 무명의 보수당 후보에게 패배한 직후 대표직 사퇴를 약속한 뒤 당원들의 거부를 이유로 자리를 유지했다. 그는 이번에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패라지 대표는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서명에 반대해 반(反)EU 기치를 내건 영국독립당을 창당했으며 대중을 선동하는 발언들로 영국독립당의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그는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브렉시트 투표 전에도 EU 탈퇴 결과를 끌어낸 핵심 요인인 반(反) 이민 정서를 집중 자극했다.
유럽 입성을 위해 줄지어 선 난민 수백 명의 모습과 함께 '브레이킹 포인트'(Breaking Point·한계점)라고 쓰인 포스터를 공개한 것. 관련해 EU 잔류 진영에서는 "나치와도 같은 선전"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패라지 대표는 또 투표 운동 막판 "터키가 EU에 가입할 것"이라며 인구 7600만명의 터키인이 영국 땅에 쏟아져 들어오는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패라지 대표는 대표직은 사퇴하지만 남은 유럽의회 의원직(3선)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탈퇴로 인해 대표적 브렉시트 지지 정치인들이 정치 전면에서 물러났다.
보리스 존슨 전 시장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후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돌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반면 동료이자 브렉시트 캠페인을 주도한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출마를 결정했다. 이에 존슨 전 시장의 지지자들은 "마키아벨리적 배반"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브렉시트에 반대하던 캐머런 총리가 국민투표에 따른 브렉시트 결정 후 즉각 사퇴의사를 밝힌데 이어, 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도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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