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길어지며 '외감법' 개정안 후퇴…일부 규제완화 성과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상반기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의 각종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 선진화의 초석을 쌓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국회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일대일로 만나면서 개정안 통과를 위해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 실무자들의 노력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지역 경제단체의 마찰은 물론 한국거래소 내 노사간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졌다. 같은 개정안이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될 예정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임 위원장이 한국증시의 체질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MSCI가 지난 6월15일 발표한 리뷰리스트(Review List)에 한국은 빠져 있었다. 금융위가 외국인 투자등록(ID) 제도를 24년만에 개편해 외국인 통합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 도입하고 주식 및 외환거래시간 30분 연장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시장 투명성 강화와 투자자보호를 목표로 추진한 자본시장법 개정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 역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등기임원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내에서 보수가 가장 높은 5명의 연봉을 일 년에 두 번 공개하고, 공매도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공시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자본시장법 시행시기와 세부내용을 두고 국회, 정부, 업계 사이에 지난한 공방이 이어진 결과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공매도 공시제도의 경우 특정종목 총 발행주식수의 0.5%이상 공매도한 경우 해당종목과 매도자의 인적사항을 반드시 공시하도록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공시 대상 기준이 너무 헐거워 빠져나갈 구멍이 크다는 것이다. 기준을 0.5%보다 더 낮추고 위반 시 제재수위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매도 공시제도는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연봉이 높은 임직원 5명의 보수공개 역시 재계의 입장을 반영, 결국 오는 2018년부터 시행된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으로 급물살을 탄 외감법 개정 노력도 비난여론을 의식한 당초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 금융당국은 2014년에도 외감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상반기에 내놓은 외감법 개정안 역시 부실감사의 책임을 회계법인 대표에게 물어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규정을 뒀지만, 정작 재취업 금지를 포함해 책임 있는 기업의 대표이사나 임원에 대한 별도의 제재근거는 두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과징금 상한을 높여 재발을 방지해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2014년 개정안을 그대로 유지해 과징금 상한을 최대 20억원으로 제한했다. 개정안 시행도 1~2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의 해묵은 과제는 무산되거나 연기됐지만 자본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던 규제가 일부 완화되고,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제도가 상반기에 시행됐다. 금융위는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만기 1년 이내의 신용공여를 한도에서 제외하는 한편 정보교류차단장치인 차이니즈 월(chinese wall)을 완화해 증권사도 헤지펀드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모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문투자자의 요건을 개인의 경우 금융투자상품 50억원에서 금융투자상품 5억원과 연소득 1억원(총자산 10억원)으로 대폭완화했다.
중소형 증권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면서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 특화증권사' 제도를 비롯해 스타트업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도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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