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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구조조정에 앞서 이것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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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구조조정에 앞서 이것부터 해야 맹수석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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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외환보유고가 바닥났고, 온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에 기대어 초고속으로 성장했던 유수의 대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무너졌다. 나라의 '곳간'이 텅 비게 되었고, 일터 곳곳이 문을 닫아 거리로 내쫓긴 근로자들의 고통의 신음소리가 하늘을 찔러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정부는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명분 아닌 명분을 내세우며 국민 혈세로 조성된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파산한 대기업과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을 연명시켜 주었다.


그 때로부터 겨우 20여년이 지난 현재 감독당국과 금융회사들이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책은행이 떠안은 조선ㆍ해운업종의 대출ㆍ보증ㆍ회사채 등을 포함한 부실기업 위험노출액(exposure)이 2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반 은행 등의 50조원을 포함하면 조선ㆍ해운업종에만 위험노출액이 7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부실 규모가 실로 엄청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천문학적 부실규모의 징후가 이미 2~3년 전에 감지되었다는 사실이다. 국책은행 등의 채권단은 3년 전부터 4조5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ㆍ해운업에 서둘러 쏟아 부었는데, 다시 이 지경에 이르렀다.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치명적인 것은 건설ㆍ철강ㆍ석유화학 등 위기에 빠진 산업 분야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해 말 발표한 '2015년도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이 전년에 비해 20개가 늘어난 총 54개의 대기업으로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 천문학적 금액을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등으로부터 지원받았음에도 회생은커녕 누적 손실만 키운 채 대한민국의 경제에 또 다시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암운을 걷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부는 연일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언론들은 앵무새처럼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의 조기 시행을 외쳐대고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란 무슨 심오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여 쓰러져 가는 조선ㆍ해운회사를 필두로 부실기업들을 연명시켜주자는 말이다. 물론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지만, 때로는 선제적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보듯이 실적 부풀리기와 분식회계는 기본이고, 현금배당이나 지원금 횡령 등 각종 탈법행위로 점철된 부도덕한 기업집단에 더 이상의 연명정책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하기에 좋은 나라'를 외치며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펼쳤다. 특히 부실기업이 증가할 때 국책은행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돈을 퍼주어 그들의 뒷배를 봐줬고, 그로 인해 국책은행에 자본잠식이 생기면 한국은행이 다시 돈을 찍어 조달해주는 악순환을 되풀이 해왔다. 한국은행이 '화수분'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구조조정에 들어갈 재원은 결국 국민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혈세이므로,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구조조정 문제에 국회가 배제될 수 없는 이유이다.


아울러 방만한 감독시스템의 개혁도 절실하다. 가장 심각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정부 당국과 국책은행에 있다. 이들 부실기업의 연명을 지시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실체가 규명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동안 정부는 국책은행에 대한 과도한 경영간섭은 물론 임원 선임에 '금융 전문성'을 도외시 한 채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함으로써 관리부실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차제에 관치금융(官治金融)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리고 각종 탈법행위 내지는 방만 경영으로 기업을 부실에 이르게 한 대주주나 경영진도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돈타령만 하고 있고, 적자경영에 책임지고 물러난 대주주나 임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구조조정으로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들과, 아무런 상관도 없이 부실기업이나 은행들을 위해 구조조정자금 조성을 위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국민들이 분노한다. 곪은 곳은 빨리 도려내야 하듯이,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거나 구조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에서의 급선무는 그와 같이 곪아 터질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기해 엄중하고 철저한 책임추궁을 하는 것이다.


맹수석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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