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프로축구 FC서울 공격수 윤주태(26)가 고민이던 골맛을 봤다.
윤주태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 16강 경기에서 안산 무궁화 축구단을 상대로 두 골을 넣었다. 서울은 2-1로 이겨 8강에 올랐다.
때마침 안산과의 경기는 윤주태의 스물여섯 번재 생일날 열렸다. 골욕심이 평소보다 더 날 수도 있었다. 더욱이 스승이자 선배 최용수 감독의 고별전이었다.
생일골보다 작별골에 대한 욕심이 더 강했을 지 모른다. 윤주태는 서울로 올 때 최용수 감독이 중요한 이유였다. 공격수 윤주태는 기왕이면 공격수 출신 지도자가 있는 팀을 선호했다. 자신이 가면 배울 수 있는 점이 많기 때문이었다. 서울 최용수 감독도 선수 시절 대표팀 공격수 출신. 윤주태가 서울로 온 가장 큰 이유였다.
최용수 감독이 떠나는 이날 경기에서 윤주태는 두 골을 넣었다. 때마침 득점 감각이 살아나줬다.
그동안 윤주태는 골이 고민이었다. 정규리그 일곱 경기에서 한 골 밖에 넣지 못했다. 올 시즌 주로 교체 요원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인상을 남기는 방법은 골이 가장 좋았다. 윤주태도 알고 있었다. 올 시즌에는 골욕심을 기회가 될 때마다 냈다. 하지만 공이 잘 안 맞아떨어졌다.
윤주태는 지난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 교체 출전한 후 진한 아쉬움을 보였다. "좋은 활약을 보여줘야 되는데 뭔가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FA컵은 기회였다. 로테이션이 필요했던 서울의 사정상 박주영과 함께 선발로 나섰다. 이번에 능력을 보여주면 앞으로의 행보에도 탄력을 받을 것 같았다.
윤주태는 경기 초반부터 영점 조준을 했다. 전반 12분에 크로스바를 때렸다. 왼쪽에서 중앙으로 드리블해 들어오면서 오른발 중거리슈팅을 때렸다. 윤주태의 발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비록 골은 되지 못했지만 좋은 슈팅 감각을 과시했다. 전반 30분에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박주영이 왼쪽에서 밀어준 패스를 받아서 수비수 한 명을 앞에 두고 낮고 빠른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정확하게 반대편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윤주태는 후반전에도 계속해서 골을 노렸다. 한 골을 뒤진 안산이 적극적으로 공격해 뒷공간이 많이 보였다. 침투가 좋은 윤주태에게는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다.
속공 찬스를 살려 한 골을 더 넣었다. 후반 11분 박주영의 다리를 맞고 뒤로 흐른 공을 윤주태가 파고들면서 잡아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윤주태는 후반 25분 아드리아노와 교체돼 나왔다. 나오면서 최용수 감독과 마지막일 지 모르는 악수를 했다. 최용수 감독도 윤주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고했다고 했다. 윤주태의 왼팔은 최용수 감독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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