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 실체 명확해지는 9월 정기주총…경영권 분쟁 '분수령'
신 전 부회장 측 "승리할 때까지 계속 주총" 밝혀
오는 25일, 3연패 해도 다음 주총 때 또 동생 해임안 들고 나올 듯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의 칼끝이 총수 일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강상태였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특히 오는 25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이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 이슈를 부각시킬 것으로 보여 경영권 분쟁이 보다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나오는 데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회장에게 승리할 때까지 계속 주총을 열겠다고 언급한 데에 따른 것이다.
오는 25일 열리는 주총에는 신 회장의 해임안이 포함됐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과 올 3월 임시주총에서 2연패 했지만 이번 정기주총에서도 동생 해임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신 회장의 해임안이 통과될 때까지 신 전 부회장이 주총 때마다 이 안건을 갖고 오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여기서 나온다.
앞서 신 전 부회장 측은 "호텔롯데의 회계장부에 대한 분석 작업을 한 결과, 문제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신 회장에게 치명적인 자료를 곧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번 정기 주총에서 패할 경우, 또 다른 주총을 열 계획"이라며 "주총 소집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전해 경영권 탈환전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신 전 부회장이 검찰 수사를 빌미로 신동빈의 '원롯데' 체제 흔들기에 나선 것은 롯데그룹이 압수수색을 받은 바로 이튿날인 11일부터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본어 사이트를 통해 "검찰 수사는 신 회장 중심의 현 경영체제의 문제점이 표면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틀 뒤인 13일에는 "호텔롯데 회계장부에 대한 분석 작업을 마친 결과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발견했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경영권을 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신 전 부회장은 기존에 벌이던 소송과 더불어 주요 계열사에 대해 회계장부 열람 등 가처분 신청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신 회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오는 9월 열리는 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진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검찰수사가 막 시작된 단계이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 횡령 및 배임 등의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은 상황이다. 검찰수사를 계기로 반전을 꾀하는 신 전 부회장으로서도 이번 주총을 통해 단번에 판세를 뒤엎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번 주총이 아니라면 될 때까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9월이 되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수사가 계열사 전체로 퍼지고 있어 최소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다음 정기주총이 열리는 9월에는 의혹과 관련한 실체가 보다 확실해질 수 있다. 만약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게 되면 이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은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의 정통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현 수준의 공세보다 수위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오는 25일 개최되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 준비를 위해 지난 12일 일본으로 건너가 현재까지 체류 중이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지난 3월 상정한 ‘현 경영진 해임안’과 ‘신동주 광윤사 회장 이사 선인암’에 대한 의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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