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극심한 온도차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사흘 남겨둔 20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결과는 여전히 브렉시트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시장은 브렉시트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듯 극도의 흥분을 보여줬다. 파운드화는 8년만의 최대 폭등을 기록했고 영국 주식시장도 3% 넘게 급등했다.
이날 파운드화는 달러에 대해 2% 이상 급등하며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파운드당 1.47달러선에서 거래됐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파운드화의 이날 상승폭이 8년만에 최대였다고 보도했다. 영국 FTSE100 지수도 전거래일 대비 3.04% 급등한 6204.00으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증시에 동조해 독일과 프랑스 증시가 각각 3.43%, 3.50% 급등했고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도 0.58% 올랐다.
지난 16일 브렉시트 반대를 주장했던 조 콕스 의원의 피살 사건 후 여론은 다소 영국의 EU 잔류 쪽으로 기우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영국의 EU 잔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사업체 유고브가 선데이타임스 의뢰로 지난 16∼17일 실시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 44%, 탈퇴 43%로 잔류가 근소한 차이로 우세했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콕스 의원 피살 소식이 전해지고서 조사에 응했다. EU 탈퇴가 46%로 잔류(39%)를 7% 포인트 앞섰던 지난 13일 조사 때와는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날 금융시장의 안도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FT는 이날 현재 잔류와 탈퇴 여론이 44%로 동률이라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찬반이 팽팽한 상황에서 막판 부동층의 선택에 따라 예상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FT는 만약 영국이 결국 EU 탈퇴를 선택한다면 이날 파운드화 급등은 국민투표 후 시장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영국 하원의원들은 피살된 동료 조 콕스 하원의원을 추모하며 잠시 '화합'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의회 소집은 보수당 대표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뤄졌다. 캐머런 총리는 의회 추모행사에서 "그녀를 살해한 증오에 맞서 오늘, 그리고 영원히 단합하자"고 말했다. 코빈 대표도 "우리 정치를 변화시키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 더 상냥하고 온화한 정치가 필요하다"며 "우리 모두는 증오와 분열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다. 영국 여야는 이 날부터 브렉시트 찬반운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투표 이전에 막판 세 몰이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인 셈이다. EU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이날 EU 잔류 진영이 콕스 의원의 피살 사건을 악용하고 있다며 EU 잔류를 호소한 캐머런 총리를 비난했다. 패라지 대표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故) 콕스 의원이 제 정신이 아니었다며 막말을 쏟아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를 비롯해 피터 다이아몬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조지 애컬로프 버클리캘리포니아대 교수, 장 티롤 툴루즈대 교수 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0명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브렉시트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시장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영국의 EU 잔류를 촉구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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