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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0 김영란法 시행 가상체험]헐값 수입재료 범벅·3만원 코스요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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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1조6000억원 경제손실 논란
식사비 3만원 제한에 점심·저녁 식사자리 확 줄어
月 1000만원 임대료 식당들, 매출구멍 메우기 급급
소비자들은 '쪼개기 결제'·더치페이 눈치 싸운

[D-100 김영란法 시행 가상체험]헐값 수입재료 범벅·3만원 코스요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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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이 시행 100일을 앞두고 있다.

공직자, 언론인, 사립교사들의 향응이나 부정을 막으려는 취지자체에는 이견이 적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식사비 3만원 제한' 등의 규제에 있어서는 축산·화훼농가를 비롯 외식업계 등에서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후의 업계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코스요리=뇌물?' 수입산으로 대체한 3만원짜리 코스 등장=2016년 10월4일 화요일.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됐다. 한창 바빠야할 평일 저녁시간이지만 40개의 테이블 중 10개도 못 채웠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언론사·사립학교 종사자들의 접대 문화를 개선하겠다며 1인당 3만원 이상의 식사를 하지 못하도록 막은 후부터 저녁자리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의 고급 한정식당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한달에 10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면서까지 강남 논현동 한복판에 자리를 잡은 것은 인근에 대기업과 관공서가 많아 이곳에서 수요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이 복병이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첫날부터 손님이 반토막 나기 시작하더니 일주일 새 매출이 30% 줄었다. 정확히 예상한만큼 줄어든 셈이다. 1인분 코스요리 가격은 저녁 5만원, 7만원, 10만원인데 이들 코스요리는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해왔다. 특히 코스요리를 주문하는 이들 중 20%가 김영란법 적용대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김영란법 적용대상만 식사비를 낮추지 않는 데에 있다. 통상 공무원들이 받는 규제는 대기업으로까지 분위기가 확산되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코스요리가 마치 뇌물처럼 비춰지며 공무원들이 꺼리는 1순위 메뉴가 됐다. 어떻게 해서든 구색을 맞춰보겠다고 지난 달부터는 1인당 3만원 코스요리를 억지로 끼워 맞췄다.


급한대로 만들긴했지만 솔직히 내용물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불고기는 한우 대신 호주산 소고기로 대체했고 제주산 갈치는 세네갈산으로, 그외 도라지·고사리·연근·콩나물까지 중국산으로 바꿨다.


3만원으로 맞추려면 어쩔 수 없었다. 품질, 매출 모두 다 떨어지고 있어서 이번달은 임대료도 제대로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인근에 식당 4곳이 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9월 전에 빨리 양도하고 나간 게 다행이라는 말도 들린다. 2층짜리 단독주택을 개조해 한식당을 운영했던 A모 사장은 인테리어비에만 1억2000만원을 썼는데 지난달에 권리금 6000만원만 받고 손을 털었다.


◆'쪼개기 결제' 편법만 무성="9만원은 법인카드로 결제해주시고, 나머지 금액은 제 카드로 계산해주세요." 2016년 12월. 연말연시라 일년 중 가장 바쁜 달이다. 보험사 대관업무를 맡은 지 10년째이지만 올해처럼 결제하는 것 때문에 진땀을 흘려보기는 처음이다.


김영란업 시행으로 1인당 식사비가 3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강제되면서 이를 초과할 때에는 개인카드로 결제한 다음 다음날 다른 명목으로 사후정산을 하곤 한다. 일 처리 단계가 더 복잡해졌을 뿐만 아니라 동석한 이들에게는 밥 한끼 같이 먹고 괜시리 께림칙한 기분이 들게 하는 묘한 자리가 되곤한다.


이날도 업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금융 관계부처 B모 임원과 수달전에 잡은 약속이었다. 3명이서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코스로 먹은 저녁 밥값은 15만원이었다. 3명이 만난다고 보고했으니 9만원을 넘기지 않아야하는데 가장 저렴한 코스를 시켰는데도 인당 5만원씩이라 김영란법 규제 상한선을 초과하고 말았다.


소주 한 병 시킬때도 계산하기 바쁘다. 특히 이들 일식집에서 시키는 소주는 한 병에 9000원. 올초 소주값 인상을 이유로 1만원까지 올려 받는 곳도 있다. 이렇다보니 얼마 전부터는 저녁자리에 양주를 갖고 다니기도 한다.


'소맥(소주+맥주)'을 섞어 먹는 폭탄주로는 금액이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양주를 사다놨다가 저녁식사 자리에 들고 가서 양주만 먹는 식이다.


B기업체 홍보임원은 "기업 홍보를 담당자들 모두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며 "여기저기 편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들어 우리도 어떻게 해야될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식사비 5만원으로 상향만이라도…"='울고 싶은데 뺨 때린다.' 요즘 한우고기 판매점들의 상황을 이보다 더 간결하게 나타낼 수 있을까 싶다. 서울 중구에서 한우고기 전문점을 차린지 20년째다.


숱한 불경기를 보내면서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골목길 외진 곳에 있어서 임대료가 저렴했고, 인근 관공서를 중심으로 단골고객들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골고객들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보니 타격은 불황 때보다도 직접적일 수밖에 없다. 꽃등심 가격은 1인분(150g)에 3만원. 특수부위라고 하는 안창살·치맛살·토시살·살치살 등은 4만원을 넘는다.


급한대로 1+ 등급의 수입산으로 가격을 낮추긴 했지만 고객들은 삼겹살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삼겹살집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인근의 C삼겹살 사장은 "1인분에 1만7000원씩 하는데 저녁식사 자리에서 1인분 정량만 먹지는 않지 않나"라면서 "주류 매상이 큰데 밥만 먹고 나가던가, 아예 저녁자리도 갖지 않는 분위기라 김영란법으로 타격을 입는 건 매한가지"라고 했다.


이 때문에 지난 봄, 한우협회 등과 함께 국회 앞에서 식사비 3만원이라는 규제만이라도 5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적용으로 음식업종의 경제적 손실이 8조원이 넘을 것으로 봤다. 특히 식사비가 3만원 상한액일 경우 8조5000억원 손실에 달하지만 5만원으로 올릴 경우 4조7000억원으로 감소해 이정도만 돼도 44.7%가량 피해를 낮출 수 있다.


7만원으로 올릴 경우는 1조5000억원, 10만원에서는 6600억원으로 처벌대상 상향 조정에 따라 손실 규모가 현격하게 감소한다고 했다. 2016년 9월28일. 당초 계획안대로 받아들여진 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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