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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열게 만드는 매장엔 '비주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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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미다스의 손' 이랑주 VMD협동조합 이사장

교보문고 광화문점ㆍ하이마트 등 2000여곳 인테리어 리뉴얼 컨설팅으로 대박


지갑 열게 만드는 매장엔 '비주얼'이 있다 이랑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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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사람이 무언가를 보고 '좋다'고 느끼는 것은 오감을 통한 본능적인 판단이에요. 그러나 그 아래에는 치밀하고 과학적인 법칙이 숨어 있죠."

국내 유통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44)의 말이다. 똑같은 제품을 팔아도 10배의 매출을 올리는 비결을 지닌 그는 '국내 1호 비주얼 머천다이징(visual merchandising, 이하 VMD) 박사'이기도 하다.


15일 서울 용산구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이 이사장의 얼굴은 마주 보는 사람까지 웃게 할 만큼 활력이 넘쳤다. 최근 의뢰받는 매장의 현장답사를 마치고 온 뒤였지만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비주얼 머천다이저라(visual merchandiser)는 직업 자체가 세상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만큼 늘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1993년 이랜드 입사를 시작으로 현대백화점 본점과 부산점, 롯데백화점 창원점, 이랑주VMD연구소 등을 거치며 23년간 대중소기업과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벌여왔다. 그의 손을 거친 브랜드 및 매장은 지난해 11월 서가 리뉴얼로 화제를 모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비롯해 LG전자, 하이마트, 풀무원, 한솥도시락, 총각네야채가게 등 대략 2000여개. 최근엔 더 많은 상인들과 소비자들에게 그만의 노하우를 알려주고자 신간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인플루엔셜)'을 내놨다. 그가 믿는 VMD의 유익 중 하나인 '가치의 공유'를 또 한 번 실천한 셈이다.


비주얼 머천다이저는 각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거나 매장 전체를 코디하는 역할을 한다. 기본 인테리어는 물론 색 조합과 조명, 진열, 동선 등 모든 사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이 이사장은 "모든 기업의 마케팅은 결국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좋아 보이지 않으면 소비자를 만나 설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지는 당연한 현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소비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대표적인 원리들을 묶어 '보는 순간 사고 싶게 만드는 9가지 법칙'을 책에 소개했다. 세부 항목으로 '이미지의 비밀' '색의 어울림' '색의 배열' '빛의 색온도' '조도의 차이' '각도와 높이의 마법' '동선의 비밀' '16㎝ 거리의 비밀' '브랜드 가치의 힘'이다. 또 스타벅스의 초록색, 핑크색만 보면 떠오르는 배스킨라빈스31, 교보문고에 5만년 된 나무 테이블을 놓은 까닭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비주얼의 힘을 이해시킨다. 특히 그는 각 브랜드가 가진 철학 속에 VMD 전략이 숨어있으며, 이 때문에 기업들은 '어떤 가치를 전달할 지'를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MD의 가치는 저급한 상품을 단순히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담긴 좋은 물건을 더 좋아 보이게 하는 데 있어요. 즉, '신선함'을 가치로 내세우는 기업이라면 제품을 어떻게 하면 가장 신선하게 보일 지 연구하면 돼요. 결국 어떤 비주얼 전략을 취할지는 각 브랜드의 철학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거죠."


그는 1년 전부터는 '한국VMD협동조합'을 설립해 '스타일공유'라는 청년창업 지원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스타일공유'는 초기자본이 부족한 청년 창업가들에게 인테리어와 집기, 소품 일체를 빌려주는 것인데 카페, 음식점, 미용실 등 매장 종류에 따른 스타일룸을 보고 그대로 매장에 적용한다. 이케아 쇼룸을 보고 가구와 소품을 세트로 구매하는 것 같은 이치다. 이 이사장은 "좋은 물건을 사람들의 마음에 연결하는 VMD처럼 스타일공유를 통해 더 많은 신생 브랜드들이 그들이 지닌 가치를 소비자들과 나눴으면 한다"고 전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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