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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로비스트의 세계①]전관·후관예우 한국병, 기업넘어 국가경제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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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로비스트의 세계①]전관·후관예우 한국병, 기업넘어 국가경제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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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운호 사건과 대우조선해양 사례는 전관예우와 후관예우의 폐단이 압축된 사례로서 로비 법제화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정운호 사건은 전직 부장검사와 부장판사 출신 변호인들이 막대한 금액의 수임료를 받고 판검사를 상대로 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브로커도 아닌 변호사가 재판부나 수사기관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기소 혹은 구속된 흔치 않은 사건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경영부실로 수조 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KDB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주요 임원 자리를 차지하면서도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대신 부실을 키우고 숨기는 데 급급했다. 조선과 무관한 정치권 출신들도 낙하산 대열에 합류, 로비스트가 되면서 부실경영의 악순환을 만들었다.

-음성적 로비의 폐단 속속 드러나


아시아경제 온오프 출범 10주년을 기념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로비 법제화에 찬성하고 있는 것은 전관ㆍ후관예우의 해악이 해당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어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에 따르면 과거 1998년 린다김 로비사건, 1999년 옷로비사건, 2002년 체육복권 사업 시행관련 로비사건 등은 음성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로비를 보여주는 예들이다. 문제는 제3자에 의한 로비가 불법임에도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음성적 로비가 주요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로비가 시도되는 시점에서는 전혀 알 수 없으며, 모든 알려진 로비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조사를 통해 공개된 비리, 스캔들, 사건들로 빙산의 일각이다. 전관예우는 과거 법조계를 중심으로 논의됐으나, 최근에는 금융, 국방 등 경제 전반으로 확대됐고, 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회전문인사(후관예우)도 문제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은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마피아),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정피아(정치권 인사+마피아),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는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까지 등장하고 있다.


-로비 합법화는 불법로비 차단·부패문제 해결

기업들도 불법로비를 차단하고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로비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로비 법제화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책결정과정이나 집행, 국회의 입법과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로비활동을 하고자 하는 개인ㆍ법인 또는 단체를 등록하고 그들의 로비활동을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법조계와 관료, 공공기관과 감독기관 출신들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감사, 고문, 사외이사, 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이 실제 이사회를 감시하거나 견제하기보다는 사실상 로비스트로서 활동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오히려 양성화시키고 법적 테두리안에서 권한만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로비스트 제도가 법제화되면 개인과 이익단체, 기업 등이 이익을 표출할 수 있는 제도화된 공개적인 경로가 생기게 돼 정책결정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이 공개된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나 개인의 의견 표출 경로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정책과정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동시에 로비스트 간의 정책 경쟁이 유도될 수 있다. 로비에 소요되는 거래 비용이 낮춰질 수 있게 돼 그만큼 각 집단의 이해관계가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 국회 또는 행정부는 정책결정사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됨으로 특정 정보에 편향되지 않고 보다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다.

[은밀한 로비스트의 세계①]전관·후관예우 한국병, 기업넘어 국가경제 망친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홍만표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한국적 현실 이유 반대의견도

로비 합법화를 반대한 임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적 현실을 이유로 든다. 로비스트 제도가 법제화된 미국이나 캐나다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로비활동은 학연과 혈연, 지연 등 개인적 인맥과 친분을 이용한 연고주의 문화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는데 이러한 실정에서 법제화로 사적인 관계를 통제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전략담당 임원은 "기업들이 나름대로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적지 않은 기업에 여전히 오너리스크가 잠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로서는 양지로 드러난 로비스트를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로비 합법화를 찬성하지만 낙후된 정치풍토하에서는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로비스트의 활동과 역할에 대한 많은 오해는 로비스트 제도화를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다. 로비활동이 허용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브로커들의 불법적인 행동은 로비스트 제도화 반대의 목소리를 강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로비 제도를 법제화해 로비 활동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으로부터 국가의 입법이나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로비 법제화가 시의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한수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기업의 사외이사나 자문 역할을 하는 전직 관료의 경우 로비스트로 보아 규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낙하산으로 취업한 기관에서의 주된 활동은 무엇인지, 급여는 어느 수준으로 받는지, 이들이 접촉하는 공직자는 누구인지 등을 적절한 방식으로 공개할 필요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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