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법안 발의했으나 매번 무위로
김영란법 시행 계기로 이슈화될 듯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로비 법제화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회에서도 입법화를 위한 노력을 펼쳐왔지만 정당과 정파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여론의 부정적 기류 등에 부딪혀 매번 무위로 돌아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0년 시작된 16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4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료 폐기됐다. 외국로비스트의 국내 활동을 양성화하고 법제화하자는 '외국 대리인 로비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안'은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이 무소속 시절부터 법안을 제출했었다. 정 이사장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의원 시절에 서명했으며 현직 기준으로 새누리당에서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태호 전 최고위원, 정진석 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에선 김부겸, 추미매 의원,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등도 서명했다.
내국인 대상 로비 법제화는 17대 국회에서 논의가 가장 활발했다. 2005년에는 이승희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로비스트 등록 및 활동공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이 법안에는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이 발의에 참여했다. 2011년에도 '청목회 로비사건(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임원들이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조직적으로 입법 로비를 벌인 사건)'이 불거지며 로비 합법화 필요성이 계속 제기됐으나 법제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로비 법제화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시행과 '정운호 사건' 등을 계기로 20대 국회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김영란법이 통과되기 전 정무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간담회를 열고 논의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국민의당이 '전관예우와 기득권 카르텔'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고 로비스트 합법화를 포함한 전관예우 해법 방안을 공부하기도 했다.
로비스트법 제정 필요성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적 공감대 없이 법을 추진하는 것에는 부담스러워한다. 지속적으로 도입을 추진했지만 여론 반대로 매번 좌초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공론화와 국민적 공감대가 없으면 역풍만 맞을 수 있어 무턱대고 밀어부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로비스트법은 사실상 규제법으로 음지에 있는 로비스트를 수면 위로 드러내겠다는 의도이지만 로비를 정당화하는 걸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