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전방위 수사와 관련해 그룹 정책본부 산하 비서실 소속 이일민 전무(57)의 '입'에 검찰과 롯데가(家)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한 이 전무는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94)의 비서실장 출신 측근이자 금고지기로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13일 롯데가의 비자금으로 보이는 현금 30억원과 중요 서류뭉치를 발견했는데, 발견된 곳은 서울 양천구에 있는 이 전무의 처제 집이었다.
검찰이 발견한 현금과 서류는 본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 있는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철제 금고에 은밀하게 보관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10일 압수수색 때 금고를 확보했으나 금고는 텅 빈 상태였다.
검찰은 이 전무가 신 총괄회장 비서실장을 지낸데다 신동빈 그룹 회장(61)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만큼 비자금 조성 경위나 규모 등을 증언할 수 있는 핵심인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무의 증거인멸행위가 이미 드러났으므로 이 전무를 조만간 다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할 예정이다.
이 전무는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을 지내고 2008년부터 신동빈 회장을 보좌해오다가 지난해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이 전무가 신동빈 회장 쪽 사람이라고 보고 그를 비서실장 자리에서 해임했다.
롯데그룹은 이 전무가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쳐 신 총괄회장이나 신동빈 회장의 자금운용내역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 이를 밝힐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서류 중에는 비자금 관리용으로 추정되는 통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 전무가 금고 내용물을 가져가자 이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는데 신동빈 회장이 막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고의 내용물에 롯데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실마리가 포함돼 있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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