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수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총수일가를 향한 '밀어주기', 일본 롯데 등 계열사를 경유한 '끼워넣기'에 검찰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범죄 단골 메뉴인 총수 일가 개인회사를 통한 '빼먹기'도 마찬가지다. 인수합병(M&A), 해외 사업, 가족간 내부 거래가 비자금 조성의 핵심 통로라 보는 것이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회사 몸값을 키워온 과정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3년 8월 롯데부여리조트, 롯데제주리조트를 흡수 합병했다. 2008년 설립된 이들 리조트의 2012년 말 기준 자산총계는 부여리조트, 제주리조트 각각 2383억원, 1508억원.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의혹에도 연루된 안진회계법인이 합병 당시 평가한 금액은 주식 1주당 호텔롯데 11만4731원, 부여리조트 2598원, 제주리조트 433원이었다. 이에 호텔롯데는 합병 대가로 자사를 제외한 주주 계열사 6곳에 324억원 상당인 28만3050주를 신주발행했다.
호텔롯데 지분을 갖게 된 계열사 6곳은 이듬해 3월 이를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100% 소유한 바이더웨이에 취득가 대비 35% 높은 가격에 모두 넘겼다. 투자수익 창출을 위해 이를 사모았다던 바이더웨이는 불과 넉 달 뒤 2% 낮은 값에 부산롯데호텔에 전량 처분했다.
부산롯데호텔은 작년 말 기준 최대주주 일본 롯데홀딩스(46.62%) 등 일본 롯데가 100% 지배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호텔롯데 역시 최대주주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광윤사 등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일본 롯데가 사실상 지분 전량을 소유한 일본 회사다. 여러 단계 거래 과정을 거치며 자산 집중으로 호텔롯데 몸값을 키우고, 실질적 수혜는 총수일가가 누리는 구조다.
검찰은 6개 주주사 가운데 지난 10일 1차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던 롯데쇼핑, 대홍기획 외에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그리고 자산가치 평가 등을 맡은 딜로이트안진을 전날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에서 처음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한 핵심 계열사 롯데케미칼이 협력업체·자회사를 통해 해외로부터 원료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 계열사를 끼워넣어 거래 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비자금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달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 동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비자금 조성에 한국·일본 롯데를 모두 동원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국부유출·먹튀'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케미칼 역시 검찰 압수수색을 피해가지 못했다.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셋째 부인 서미경씨 모녀 등이 롯데시네마, 롯데민자역사 등지에서 점포 사업권을 확보·운영하며 비자금 조성이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받아왔다. 서씨 모녀는 전국 각지에 1000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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