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곱 살 난 여자 조카가 있다. 뜬금없이 언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여보세요’ 라든지 ‘이모’라는 부르는 말도 없이 자기네 집 주소를 종알종알 읊어댄다. 갑자기 무슨 연유인가 싶어 물었더니 못 알아들은 줄 알고 한 번 더 또박또박 주소를 읊는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 왜 갑자기 이모한테 주소를 말해 주냐고 물었더니 “이모가 놀러 오지 않아서 집 주소 잃어버린 줄 알고 알려주는 거야.”라고 대답한다. 대답이 하도 엉뚱하고 재밌어서 “이모가 보고 싶었구나.”라고 하니 이번엔 “요리가 하고 싶어요.”라며 생각 못 한 답을 한다. 일곱 살이라 이제 어린이집에서도 맏이 격인 조카는 요즘 본인 스스로를 언니라 부르는 언니 놀이와 언니니까 할 수 있다는 요리놀이에 빠져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그 두 가지 놀이를 함께 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조카를 집으로 불렀다. 앞치마에 머릿수건까지 갖춰 입혀 놀이 시작. 나는 조수처럼 재료 준비만 해주고 김밥도 싸게 하고 쌈무에 채소 넣어 무쌈도 말게 했다. 식구들 다 먹을 수 있게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고사리 손이 바쁘다. 언니에게 전해 들은 대로 말끝마다 ‘내가 언니야. 언니니까 할 수 있어’라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언니니까 힘든 것도 참고 할 수 있어야 한단다. 처음 하는 거라 서툴고 힘들어 보이는데도 너무 신나고 재밌다고 어깨를 들썩거린다.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찬 표정으로 요리하는 조카 녀석이 하도 기특하고 예뻐서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언젠가 수업에 갔을 때 어떤 아이가 자랑삼아 내게 불러줬던 동요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 주세요’를 조카에게 아냐고 물으니 먼저 선창을 한다.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 주세요. 그럼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짜증나고 힘든 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
꿈이 크고 고운 마음이 자라는 따뜻한 말, ‘넌 할 수 있어’
스스로 뭔가 해내고 있다는 생기 넘치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요리도 좋고 아이가 좋아하는 걸 꼭 함께 해 보자.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가 아이의 생기에 위로받고 용기 얻게 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새우 쑥갓튀김
주재료(2인분)
새우(큰 것) 10마리, 쑥갓 1/2줌, 새송이버섯 1개, 김 1/2장, 튀김반죽·튀김기름 적당량씩
간장 소스 재료
간장 1, 식초 0.5, 맛술 0.5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
1. 새우는 깨끗하게 손질하고 쑥갓과 새송이버섯은 새우 길이에 맞게 썬다. 김은 얇게 자른다.
2. 새우 1마리에 쑥갓과 새송이버섯을 얹고 얇게 자른 김으로 돌돌 감싼다.
3. 새우를 튀김반죽에 살짝 넣었다 뺀 후 튀김기름에 넣어 노릇하게 튀긴다.
4. 간장 소스 재료를 만들어 곁들인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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