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영남권 신공항 갈등, '상생'이 답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

한국은 선진국인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포함시키는데 아직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꼽자면, 그것은 경제적 문제 보다는 오히려 사회의 성숙도에 있다고 본다. 자기주장을 하되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매너가 규범화 되지 못한 것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5년 전인 2011년 3월의 일이다. 동남권신공항 입지 평가들 앞두고 영남은 갈라졌다. 가덕도를 지지한 부산과 밀양을 지지한 대구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았고, 입지 평가의 후유증은 길게 이어졌다. 그 갈등의 골을 지켜본 국민들은 우리의 토론문화와 의사결정 능력의 빈곤함을 재확인하며 심한 자괴심을 느껴야만 했다. 그런데 최근 신공항 유치경쟁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데자뷔를 경험하고 있다.

영남권신공항 유치 경쟁 2라운드에서도 고질적인 문제점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지난달 열렸던 전문가 자문회의 자리에서 외국 용역사의 책임자는 "상대방의 입지만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 실망스러웠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선진국이라고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이슈에 따라 대립하고 격하게 논쟁한다. 그러나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부분을 또한 중시한다.

유치 경쟁은 전장에 나서듯 사생결단으로 임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내 지역이 얼마나 더 좋은지 합리적이고도 당당하게 정론을 펼쳐 설명하고 이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받으면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유치경쟁도 사생결단 방식으로 치닫고 있다. 병법에서나 쓸 법한 '배수의 진'을 치며 스스로를 극단의 길로 몰아넣고, 일부 지역민들은 그런 행동을 조장하기까지 한다. 이것은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이나 명분 사수를 위해 우리 사회의 의식과 문화수준을 격하시키는 자해행위와 다름 아니다.

신공항유치 활동은 해당 지역에서 하는 것이지만 최종 결정은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 옳다. 또한 결정에 중앙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가 할 일은 전문가들의 판단 결과를 보증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는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해외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사람을 제외하면 지역민들은 대략 1년에 한 번 이용하기도 어렵다. 일상적으로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시설이 아님에도 지역 간 세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것 또한 지역의 리더들이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신공항이 유치되면 지역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일부 세수가 늘고 해당 지역 내 고용이 창출되더라도, 그것은 목숨 걸고 들이댈 대상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양 지역 단체장을 비롯한 대표자들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문제를 놓고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신사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본다. 평가는 전문가들에게 의뢰한 만큼 그 결과를 승복하고, 선정된 지역은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신공항건설에 따른 성과의 일부를 유치에 실패한 지역과 공유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 지혜로운 결단을 기대해 본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