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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성과연봉제,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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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인터뷰…"초임도 업무별 차등화해야"
[대담=이의철 금융부장, 정리=박철응 기자]"성과연봉제는 국내 은행의 국제경쟁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글로벌은행들은 모두 성과연봉제를 채택하고 있지요. 해당업종의 평균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상승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성과연봉제를 금융권 생존의 문제와 연결해서 봐야 한다. 은행들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반면 인건비 부담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은행연합회 건물내 회장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하 회장은 신입 은행원들의 초임 역시 업무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 회장은 "현재 은행원 초임은 시장에서의 수요 공급과 무관하게 임금 협상을 통해서 정해지고 있다"며 "(초임이 높다는 것은)훌륭한 인재를 끌어오는데 좋은 측면이 있긴 하지만 원래는 각각의 업무에 맞는 수준의 초임을 지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게 글로벌 스탠다드고 당장 한국적 상황에서 적용하기 힘들다면 임금에서 고정되는 부분을 정하고 나머지는 변동으로 가는 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을 겸하고 있으며, 금융산업노동조합의 성과연봉제 협상 파트너로 관련 협상을 책임지고 있다.

하 회장은 "지난 10년간 은행의 순이익은 4분의1로 줄었고 총수익은 연 2.2% 정도 증가했지만 인건비 총액은 연 5.8%씩 늘었다"면서 "수익이 안 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현실에서 인건비는 고정비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인건비가 고정비화 되다보니 은행이 신규채용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산업에서 비용 효율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 회장은 "지난해 유럽 주요 은행들의 CEO들이 모두 바뀌었는데 하나같이 비용을 효율화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며 "새로운 도전인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 업체들은 지금 은행같은 고용이나 임금 구조로 안 갈 것이므로 경쟁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가 확대 도입되면 업무 피로도와 경쟁이 심화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부분 국가에서 성과연봉제를 하고 있고 미국, 유럽,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 중심지는 글로벌 은행까지 더해서 치열하게 경쟁한다"며 "우리만 예외적으로 경쟁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 회장은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금까지 경제 발전에 기여했던 여러 제도나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성과연봉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특히 은행이 돈을 버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할말이 많다"며 "이런 사회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동안 은행들의 수익이 '적정'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데도 단순히 전년과 비교하는 식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수수료도 인상돼야 한다고 하 회장은 강조했다. 은행이 적정한 수익을 거둬야 경제의 혈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 회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은행들의 ROA(총자산순이익률)가 0.5~0.6% 정도 됐고 글로벌 스탠더드로는 0.8% 수준인데 지난해 국내 은행의 ROA는 0.16%에 불과하다"면서 "구조조정 중인 조선이나 해운업보다 은행의 자본수익률이 더 낮은 상황에서 서포트(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5년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13조60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분의1 수준인 3조4000억원에 그쳤다.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1분기 1.55%로 전년 동기 대비 0.08%포인트 떨어졌다.


하 회장은 "자산이나 자본 수익률이 어느 수준은 돼야 경제 곳곳에 자금을 공급하고 선순환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돈을 벌지 못하는 은행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적정 수수료는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며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하 회장은 "최근에 은행들이 ATM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숫자를 줄이고 있는데 ATM 전문회사 기기를 쓰면 수수료는 3배가량 높아진다"며 "은행 ATM에 적정 수수료를 주면 더 비싼 기기를 안 써도 되는 이치"라고 설명했다.


14년간이나 은행장을 역임했던 그가 이처럼 수익성과 비용 효율화를 강조하는 것은 위기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의 출현 등으로 은행업의 미래 존속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하 회장은 "은행 지점을 통해 이뤄지는 거래가 전체의 10%가 안 될 정도이니 변곡점에 와 있는게 맞다"면서 "그렇다고 은행 산업이 소멸되지는 않겠지만 고객 서비스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우물가에서 숭늉 달라'고 하면 안 된다. 투자 기간과 경험이 필요하므로 빨리 나가서 경험을 쌓고 M&A(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구조조정 상황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하 회장은 "조선과 해운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시중은행들은 관련 자산을 축소해 와서 상대적으로 비중은 적은 편이지만 협력업체들과의 거래 등을 고려하면 자유로울 수 없다"고 언급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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