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가 세운 롯데, 두 아들 다툼에 존폐 위기
"소비자들에게 영원히 사랑받는 기업 되겠다" 염원담아 괴테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 '샤롯데'서 영감
창사 이래 최악 위기 속에서 辛 형제, 경영권 두고 '표 대결'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83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이야기 할 때 빼놓지 않는 핵심어 중 하나다. 신 총괄회장은 19살이 되던 1941년 돈을 벌 작정으로 단돈 83엔을 들고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갔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일본에 17개 계열사, 자산 5조8000억원, 한국에는 80개 회사에 111조원의 자산을 가진 거대 기업으로 사업을 키웠다.
신 총괄회장이 그룹 이름을 '롯데'로 지은 데에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큰 영향을 줬다. 신 총괄회장이 문학도를 꿈꿀만큼 책읽기에 매진하던 청년시절, 감명깊게 읽은 책이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다. 롯데는 이 책의 등장인물인 '샤롯데'에서 따왔다. 소비자로부터 영원히 매력적이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친숙한 제품을 제조하겠다는 기원을 담아 만들었다. 현재 샤롯데라는 명칭은 롯데시네마에서는 따로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고, 롯데제과에서는 프리미엄 초콜릿에 이 이름을 붙이기도 할 정도로 롯데 내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겠다'는 바람을 담은 롯데는 2016년,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해있다. 지난 해 7월 '형제의 난'으로 시작된 롯데 내 갈등이 분수령이 돼 연이어 악재가 터지고 있는 것. 아버지가 일군 재계 5위 그룹이 강도높은 비자금 수사로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이 와중에도 신동주, 신동빈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3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이달 말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의 임원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 선임안 등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이미 지난달 해당 안건을 주총에 상정해달라고 롯데홀딩스에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검찰의 전방위 비자금 수사로 초유의 위기를 맞은 현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이 동생의 경영권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두 차례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는 동생인 신 회장이 모두 압승하면서 신 전 부회장은 힘을 잃는 듯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을 주축으로 한 '원롯데'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다시 '신동빈 체제'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 회장은 일단 일본에서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한 후, 국내 상황 수습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신 회장은 해외 출장 중으로 정확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출장을 마치고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향할 것이라는 예측만 나오고 있다. 이달 말 신 전 부회장과의 표 대결이 예고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번 임시주총에서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들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번에는 '검찰수사'라는 돌발변수가 생겨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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