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상의 지원금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끄기에 나섰다.
진성철 방통위 대변인은 10일 "단통법의 개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지만,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도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누구도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야권 추천 방통위원인 김재홍 부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 내부에서는 지금 지원금 상한 규제 완화부터 지원금 폐지까지 여러 견해가 작은 목소리로 존재한다"며 "상임위원들이 담당 국·과장으로부터 보고받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같은 야권 추천 인사인 고삼석 상임위원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방통위원간 어떠한 논의도 없었으며 공식적인 보고 또한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야권 추천 방통위원, "내리 꽂기식 정책 결정 강요 수용할 수 없어"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설이 방통위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방통위원들이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원금 상한 관련 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없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었다.
이날 고삼석 위원은 "단말기 지원금 제도의 주무 기관은 방통위임에도 불구하고 기재부, 미래부 등 유관 부처가 사전 협의없이 월권으로 비춰질 정도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이에 대해서는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또한 "최근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통위 외부에서 일방적, 내리 꽂기식 정책 결정을 강요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전날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방통위가 (단통법 지원금 상한 폐지와 관련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원금 상한제는 지원금 공시 제도와 함께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법의 핵심 내용중 하나다.
현행 단말기유통법에서는 방통위가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정해 고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25~35만원 사이에서 상한선을 정해 공고하도록 하는 고시를 제정했다. 현재 상한선은 33만원이다. 다만 출고한지 15개월이 지난 단말기는 여기에서 제외된다. 지원금 상한제는 법 시행 3년 뒤(2017년 10월)에 자동 일몰된다.
일부에서는 지원금 상한제가 지나치게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을 곧 20대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경기 진작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관련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방통위는 출고가 이내에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고가 이내에서 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지원금 상한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미래부와 방통위는 단말기유통법의 영향으로 단말기 출고가격이 인하됐다고 주장해왔는데 그 중요한 배경이 됐던 것이 지원금 상한제다.
지원금 상한제가 유명무실해질 경우 스마트폰 요금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 고가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간 지원금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이용자 차별, 통신 요금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상위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고시 개정이 가능한지 여부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금 상한 폐지 대신 상향 검토?
방통위 입장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확실히 해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원금 상한제 폐지설이 나오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다만, 방통위 내부에서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아니더라도 상한액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고삼석 위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원금 상한 제도는 단말기유통법에 근거해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사회적·정치적 합의가 지켜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지원금 상한의 조정은 이용자 편익과 시장질서 안정 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합리적 논의 과정을 거쳐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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