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십억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 포착…롯데 본사 압수수색
신동빈 회장, 원 롯데 원 리더 치명타…롯데월드타워 인허가까지 조사
형제간 경영권 다툼 보다 더 큰 악재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2015년 8월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꼽혀왔던 이날 주총에서 완승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하면서 1948년 창사 이래 67년간 유지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1세대 경영 체제에서 신동빈 회장 2세대 경영시대가 본격 시작됐다.
신 회장은 주총 결의 후 롯데홀딩스를 통해 낸 발표문에서 "롯데그룹은 법과 원칙에 의거한경영 및 경영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철저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며 '원 롯데 원 리더'로써 자리를 굳건히 했다. 또 그는 "한ㆍ일 롯데가 함께 글로벌 시장에 나서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한ㆍ일 롯데 통합 경영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원대한 꿈은 1년도 안돼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본사는 그룹 정책본부 사무실과 정책본부장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과 신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도 포함됐다. 검찰은 현재 수사관 200여 명을 보내 각종 내부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축 등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의 전격적인 롯데그룹 털기에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신 회장의 투명성 강화를 내세운 경영 기치도 치명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그룹 최대 위기로 꼽혔던 경영권 다툼때보다 더한 악재라는 말까지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 1년간 신 전 부회장과의 소송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 불발과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처분, 옥시 사태로 불거진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구속 영장 청구에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비리설 등 갖은 악재에 시달렸다. 그 때마다 신 회장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개선에 힘써왔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의 칼끝이 신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면 신 회장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수 있어 후폭풍은 그룹이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 과정 특혜까지 검찰이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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