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가운데 금융권에도 여파가 전해지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조선·해운사가 밀집한 경남 거제 등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생계형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제 영업지점에서 최근 실소유로 이어지지 않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일반신용대출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며 "생계유지를 위해 현금을 인출해나가는 경우가 많아 예금수신액도 빠져나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주담대의 경우 통상 대출 이후 3개월 내 주택 소유권 이전이 일어날 경우, 은행은 이를 주택 구매를 위한 실질 자금으로 판단해 '주택대출'로 별도 분리한다. 그러나 최근 늘어난 주담대는 실소유로 이어지지 않아 생계형 자금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신규 주담대보다 오히려 기 대출자의 한도 증액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존 주담대를 보유, 대출 한도가 남아있었던 고객들이 추가 대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험 계약 해지 문의도 이어졌다. 한 손해보험사 거제지점 고객창구 담당자는 "지난달부터 보험계약 해지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보통 때보다 하루에 서너명 이상 고객이 계약해지를 문의해 온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명예퇴직을 한 고객이 회사가 내주던 개인연금을 해지하거나, 대기업 협력업체 사장들이 수억원 상당의 고액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잦았다. 아울러 기존 보험 계약을 담보로 한 대출도 평소에 비해 늘었다.
금융권은 이미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거제 등 지역을 거점으로 한 기업들의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타행대출 현황 등을 꼼꼼히 분석해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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