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숙원사업 불발 위기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롯데그룹이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오너 일가와 각 계열사, 그룹 본사가 로비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가운데 호텔롯데 상장이나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숙원사업도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본사는 그룹 정책본부 사무실과 정책본부장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과 신동빈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도 포함됐다. 검찰은 현재 수사관 200여 명을 보내 각종 내부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축 등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 2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롯데호텔 면세점 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검찰은 신 이사장과 일부 롯데면세점 관계자가 수십억원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의 입점 편의를 봐 줬다는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신영자 이사장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에서 검찰소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롯데홈쇼핑이 신헌 전 대표의 비리 혐의 여파로 황금시간대(오전·오후 8시~11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비위 임직원 8명 중 2명을 누락해 신청서를 제출한 것을 문제삼지 않은 미래부에 대해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데 따른 결과다. 거슬러 올라가면 신 전 대표와 일부 임직원이 론칭 및 시간대 편성을 명목으로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것이 원인이 됐다.
4월 중순에는 롯데마트가 2000년대 중반부터 판매,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PB)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됐을 당시 영업본부장(2004~2007년)이었던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이와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현재 롯데월드타워 총책임자인 노병용 대표의 구속이 확정되면, 완공 지연은 물론 운영 여부 마저도 불투명해지게 된다.
앞서 작년 8월부터 시작된 롯데가(家) 형제의 난 역시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고있다. 당시 신동빈 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의 국적논란이 확산되면서 기한이 만료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 재획득이 불발된 바 있다. 이달말 폐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신영자 이사장의 로비 의혹이 터져 최근 입찰이 시작된 신규 특허의 획득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됐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대상 1순위로 거론됐던 롯데에 대해 검찰이 뒤늦게 나마 전방위 수사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 헌 롯데홈쇼핑 대표에 대한 조사 당시부터 정부가 롯데그룹을 정조준 해 비자금 등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다"면서 "드디어 뇌관이 터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그룹을 둘러싼 악재가 쏟아지면서 6월말에서 7월말로 한 차례 늦춰진 호텔롯데의 상장일정도 불투명해졌다. 검찰이 오너일가와 각 계열사에 칼 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선뜻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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