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중국이 세계 와인의 소비와 공급 모든 면에서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와인소비량 기준 세계 5위를 차지한데 이어 자국 안팎에서 생산거점을 잇달아 확보하면서 와인소비국에서 공급자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9일 국제포도주기구(OIV)와 KOTRA샤먼무역관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와인 소비량은 전년대비 3% 증가한 1600만hl(1hl=100l)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와인 수입량은 전년대비 44% 급증한 550만 hl에 이른다. 지난해 세계 와인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1%가 증가한 283억 유로(약36조7200억 원)로 중국의 와인 수입량 급증이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성인 인구 중 와인을 소비하는 비율은 4%에도 미치지 않아 중국 와인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 2013년부터 중국 소비자가 와인의 품질을 중시하면서 저가와인이 외면받는 추세다. 중산층은 건강을 고려해 중국 전통 바이주(白酒)보다는 도수가 낮고 100% 포도즙으로 제조된 와인을 마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중산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시장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 주로 1선 도시에서 와인 소비가 이루어졌지만 2014년 이후부터 3, 4선 도시에서 와인 소비율이 21% 증가하면서 와인시장의 소비계층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세계 5위의 와인 생산국을 목표로 와인용 포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나 생산량이 중국 내 소비량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와인용 포도 재배 면적이 79만9000㏊로 프랑스를 제치고 스페인(102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생산량에 있어서 아직까지 프랑스가 세계 1위. 프랑스는 재배 면적에서 중국에 밀렸지만, 와인 생산량은 지난해 중국에 비해 무려 4배나 많았다.
중국에서 프랑스산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 2013년 중국 산둥성 펑라이에 약 14만9730㎡의 포도원을 세웠다. 이곳에서 주로 보르도 레드 와인의 주요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그룹인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도 중국 남서부 윈난성에 29만9470㎡, 북부 닝샤 자치구에 65만9640㎡의 포도원을 세워 급성장하는 중국 와인 산업에 뛰어들었다.
중국이 그동안 와인의 소비국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이제는 공급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와인 명산지인 프랑스 보르도 지역 와인 명가들을 매입하고 있다. 보르도 지역은 11만3000㏊에서 연간 660만hl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 지역 포도밭 7000여 곳 중 1.5%에 해당하는 100여 곳이 중국인 소유이며, 2009년부터 본격적인 매입을 시작해 지난 3년간 매년 약 24곳의 포도밭을 매입했다.
KOTRA는 "상당수에 달하는 중국 기업과 자산가들이 와인용 포도 재배 사업에 나서면서 중국이 글로벌 와인 시장에 본격적인 공급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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