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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3600만원 기부하고 떠난 수급자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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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故 강천일 어르신 전 재산 구에 기부하고 생 마감...용산구, 9일 오후 3시 복지재단 출범식 개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평생 힘들게 살아와서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잘 압니다. 용산에 살면서 구청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죽음을 앞두고 내가 줄 수 있는 이 작은 것이 형편이 어려운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말기 암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전 재산을 기부하고 떠난 고(故) 강천일 어르신(향년 72세)의 이야기다.

그는 용산구 후암동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해 왔으며 지난 4월 구청에 3600만원을 기부한 뒤 닷새 만에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가족을 대신해 상주 역할을 맡은 조성삼 용산구 복지정책과장은 “어르신이 평생 독신으로 살며 빌딩 청소원, 가락시장 짐꾼, 구두닦이 등으로 한 푼 한 푼 모아둔 소중한 돈”이라며 “우리가 그 마음을 잘 지키고 또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용산구(구청장 성장현)가 민선 6기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용산복지재단 설립을 지난달 마무리했다.


용산은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 정몽구 회장, GS 허창수 회장을 비롯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가들이 다수 거주하는 부촌 이미지가 강하지만 동자동 쪽방촌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도 많아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전재산 3600만원 기부하고 떠난 수급자 사연? 고 강천일 어르신이 기부의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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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무상보육 등 중앙정부 복지정책이 확대됨에 따라 지자체의 사회복지 경비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올해 용산구 전체 예산의 43%를 복지 분야가 차지할 정도다. 그럼에도 가용재원의 부족과 지급기준의 제약 등으로 공공복지의 한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두해 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구는 지역의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복지사각지대에 위치한 소외된 이들의 세분화된 욕구를 만족시킬 방안을 모색하던 중 민간과 함께하는 복지재단을 설립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지역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부문화를 창출하고 복지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코자 한다.


현재 구에서 추진 중인 100억 꿈나무 장학기금이 순수하게 구 예산으로 출연한 기금이라면 용산복지재단은 기금 조성부터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에 맡긴다. 재단 운영의 영속성을 꾀하기 위해서다. 관이 아닌 이웃이 이웃을 돕는다는 취지다.


구는 지난해 1월 복지재단 설립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추진한데 이어 같은 해 5월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재단 설립 방침을 수립했다. 8월에는 용산복지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공포해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 3월 발기인 28명이 해밀톤호텔에 모여 총회를 가졌으며 5월 11일 서울시로부터 최종 재단 설립허가를 받았다.


복지재단 설립을 위해서는 기본재산이 20억원 이상 돼야 한다. 현재까지 확보한 용산복지재단의 기본재산은 43억원이다. 구 출연금 10억원 외 민간기부 38건, 33억원이 포함돼 있다. 고 강천일 어르신을 비롯 아모레퍼시픽, HDC신라면세점, 서부T&D, 현대산업개발, 배우 견미리 등 여러 기업과 지역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기부에 참여했다. 2020년까지 100억원을 모을 예정이다.


구는 9일 오후 3시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 복지재단 출범식을 갖는다. 구청장, 재단 임원 및 발기인, 지역주민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단설립 경과 및 운영계획을 보고하고 감사패를 증정한다. 현악 4중주 식전행사와 가수 해바라기의 축하공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재단 초대 이사장으로는 발기인 총회때 승만호 서부T&D 대표가 선출됐다. 승 대표는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왔을 뿐 아니라 용산복지재단 설립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재단은 이후 지역 내 사회복지기관의 총괄 허브로서 복지자원을 발굴·관리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 구 특성에 맞는 복지 시스템을 정착해 나간다.

전재산 3600만원 기부하고 떠난 수급자 사연? 용산복지재단 설립 발기인 총회


위기가정 발굴 및 지원사업, 저소득층 1:1 결연사업,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지원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조사연구도 병행한다. 사무실은 지난달 준공한 한남동 공영주차장·복합문화센터 2층에 들어섰다.


관심 있는 주민은 누구나 복지재단의 후원자가 될 수 있다. 계좌입금 또는 재단 방문을 통해 후원이 가능하다. 법정기부금 세액공제 등 관련 문의는 용산복지재단(☎ 2074-9191)으로 하면 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고 강천일 어르신을 비롯 많은 분들의 정성이 모인 용산복지재단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구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복지재단을 통해 100년이 흘러도 튼튼하게 유지되는 복지용산을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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