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이 '정운호 게이트'에 발목을 잡혔다.
검찰이 지난 2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 과정에서 수억~수십억 원의 금품을 받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호텔롯데 상장 일정이 연기됐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상장 유관 기관들과 협의한 결과 면세사업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되면서 오는 29일로 예정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일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호텔롯데의 영업가치에서 면세사업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검찰 수사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호텔롯데는 6일 홍콩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런던 등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계획했던 자금조달설명회도 취소했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의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도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룹 개혁'의 첫 번째 핵심 실천 과제로 호텔롯데 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직접 호텔롯데 상장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이후 신 회장은 상장주관사 선정 설명회와 기업설명회(IR)까지 참석하는 열의를 보이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해 유관기관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월 호텔롯데를 대형 우량사로 인정하고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을 적용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시켰다.
거래소는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호텔롯데 상장의 걸림돌이었던 코스피 지분율 5% 미만 특수 관계인으로 한정했던 보호예수 면제 범위를 5% 이상으로 확대시켰다. 당시 거래소는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보호예수 제도를 바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유관기관의 협조로 호텔롯데는 지난달 19일 전체 지분의 35%를 공모로 내놓고 최대 6조원을 조달하는 내용의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날 제출한 증권신고서는 휴지 조각이 됐다. 호텔롯데는 기존 증권신고서에 검찰 수사와 관련한 투자위험성을 포함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이나 운영과정에서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잠실 롯데면세점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면세물품ㆍ매장 관리 역량, 기업이익 사회 환원ㆍ상생협력 노력 등에 대한 부정적 평가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는 숙제가 생기게 된다.
이 경우 롯데면세점 운영사인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도 함께 깎여 공모가가 예상 범위(10만원 안팎)를 밑돌거나 공모 흥행이 시들해질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 가치 하락으로 4조6419억~5조74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던 공모 자금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호텔롯데의 상장 운명과 흥행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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