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당청관계 강조…정책 엇박자에 우려 목소리 나와
정진석 "여소야대에서 당청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청와대 거리두기 행보는 성공할 것인가. 정책조율에서 엇박자가 나오는 가운데 원내지도부가 여전히 청와대와 각세우기 자세를 유지하면서 성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 원내지도부의 청와대와 의도적인 거리두기는 여전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여당이 긴밀히 정책사항을 협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원내대표로서 주어진 권한과 책임, 재량권을 갖고 업무를 추진하겠다"면서 "오더(지시)를 이행하는 당운영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의 중립 행보는 지난 4·13총선 패배의 책임과 연결돼 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지시와 소통 부재가 여당의 총선 참패라는 결과로 이어진 만큼 '당청의 각세우기 행보'가 당내에서 호응을 얻은 것이다. 원내대표 선출된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이 예정돼 있었지만 정 원내대표는 영접을 나가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통상 공항 영접을 해왔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불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내대표의 각세우기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책 조율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세먼지 대책 발표가 단적인 예다. 당정이 경유가격 인상을 놓고 엇박자를 냈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경윳값 인상 방침에 여당이 제동을 걸고, 여당 원내대표의 휘발유 가격 인하 발언은 당정에서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지만 조율 혹은 중재 과정이 없었다. 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따로 나오는 동안 청와대가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당분간 당정청정책조정협의회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협의회 의장은 여당 원내대표다. 19대 국회에서 거의 매달 고위당정청 혹은 정책조정협의회가 번갈아 열린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정책조정협의회는 정책 추진 방향과 3자간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서 당정청이 사전에 의견을 모았어도 경유가격 인상을 둘러싼 혼선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다만 당청관계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여소야대서 원내 사령탑의 역할과 자세는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이해해달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청와대와 대통령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새로운 정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당청관계가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정치지형에서는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잖냐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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