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그룹과 채권단이 삼성중공업에 대한 지원을 두고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섰다.
삼성그룹은 구조조정 자구안에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시키며 내부지원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열어뒀고, 채권단은 이를 승인해 돌아오는 차입금 만기 연장 가능성을 열었다.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면서 삼성중공업 구조조정 작업도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지난 1일 잠정 승인한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에는 유상증자 추진안이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담겼다. 다만 특정 삼성 계열사나 대주주가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구체적 내용은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삼성중공업 자구안에 그룹 차원의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자구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삼성 내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채권단의 요구에 '그룹 차원의 지원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냈던 자구안을 제대로 시행도 하기 전에 계열사의 지원이나 오너가의 사재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강한 자구안이 필요하다"고 압박해 왔고, 삼성그룹 역시 채권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킨 만큼, 차례로 돌아오는 차입금 만기가 연장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채권단을 만족시킬 강한 자구안이 나온 만큼, 삼성중공업은 개별 은행을 설득해 만기를 연장하며 원활한 구조조정이 가능해졌다.
한편 시장은 자구안에 포함된 유상증자 방안이 실제로 어떤 시점에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이 주요 주주로 돼 있다.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로 17.62%의 지분을 갖고 있고 삼성생명,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도 지분이 있다. 계열사 지분 합계는 24.09%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실행에 옮기려면 각사 이사회에서 결의를 모아야 한다"며 "은행별 차입금 만기 연장 여부에 따라 유증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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