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심사, 공정위 의견에 구속되는 것 아냐"
공정위에 6개 은행 의견서 접수..내달 전원회의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을 너무 오래 심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직접 "아직 기한 내"라고 해명했다. 비판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최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까지 공정위에 조속한 심사를 촉구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정 위원장은 6개 시중은행의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담합 정황을 확인하고, 다음달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의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정 위원장은 지난 26일 충남 태안 인근에서 공정위 간부-출입기자단 워크숍을 개최해 "최양희 장관이 국무회의장에서 나에게 '(심사가) 잘 돼 가느냐'고 물어보긴 했다"며 "자료 보정 기간을 제외하면 심사 기한을 넘긴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최 장관은 미래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나도 궁금해서 정 위원장에게 몇 번이나 '너무 느리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 (정 위원장으로부터) '생각보다 심사 과정이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자의 합병에서 경쟁제한성 부분과 관련해 미래부는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 미래부 또한 심사 결과 발표를 코앞에 두고 공정위 결론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미래부 심사가 공정위 결론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시정 조치해도 미래부 입장에선 (심사에) 아무 상관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제한성 판단은 이번 M&A 심사의 일부분"이라며 "(미래부가)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 방송·통신 산업 정책적 측면 등 여타 부분은 지금도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신고서가 공정위에 제출된 지 170일(26일 기준 178일)이 넘어 최장 심사 기록이라는 집계에 대해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전까지 공정위 다른 관계자들이 비슷한 의견을 밝힌 적은 있었지만 정 위원장 입에서 "심사 기한을 초과한 게 아니다"라는 직접적인 해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은 작년 12월1일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며 공정위에 승인을 요청했다. 현행법상 심사 기한은 최대 120일로 정해져 있다. 정 위원장은 "자료 보정 기간을 제외하면 심사 기한 내에 있다는 내부 보고를 받았다"며 "120일을 초과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자료 보정 기간을 제외하면 심사 기간에 여유가 있다. 우리 사무처도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면서 "언제라고 못박을 순 없지만 120일이라는 심사 기한 내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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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금리 담합과 관련, 정 위원장은 "은행 쪽으로부터 의견서가 접수됐다"며 "조사관들이 검토해서 6월 말까지는 전원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2012년 7월 CD금리 움직임이 다른 유사 금리지표와 동떨어진 흐름을 보인 점을 포착, 6개 은행이 담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확보하고 조사를 벌였다. 해당 은행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SC제일 등이다.
CD란 은행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으로, 은행들은 상당 기간 CD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가계대출 금리를 정해왔다. 기초금리인 CD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은행들이 대출을 통해 이자수익을 높게 얻을 수 있는 구조다.
태안(충남)=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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