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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구의 愛드립 2]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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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여기 필생의 꿈을 눈앞에서 포기한 이들의 명단이 있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린 감독은 조셉 콘래드 소설의 광팬으로 '노스트로모'의 영화화를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십계(세실 B. 데밀이 감독하고 찰턴 헤스턴ㆍ율 브리너가 출연한 '십계'가 아니다)'의 감독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는 단테의 '신곡'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암이라는 사형선고를 받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찍는 것이었다.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감독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에드거 스노의 중국 공산혁명 취재 기록 '중국의 붉은 별'을 서부영화처럼 만들고 싶었으며, 테리 길리엄 감독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필생의 숙제로 삼고 있다.


이들 중 생존한 감독은 테리 길리엄과 마틴 스코세이지뿐이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중국의 붉은 별' 제작자를 구하지 못해 중국 정부에 직접 협조를 요청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마오쩌둥이 자신의 자서전으로 써도 좋다고 한 이 엄숙한 작품을 서부 영화처럼 만들겠다는 그의 발상이 괘씸했을까). 테리 길리엄은 오래 전부터 돈키호테를 소재로 한 영화를 찍고 있으니 곧 반가운 소식이 들릴 것 같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명단이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영화는 회화와 연극의 영향 아래 태어났지만 그 무한한 서사적 상상력은 소설에서 수혈 받았다. 영화의 대가들은 상상력이 고갈되면 언제나 소설에 의지했다. 고전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소설들은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카프카의 소설도 영화로 만들어졌다. 오슨 웰스와 데이빗 휴 존스는 '심판'을 찍었다. 카프카의 유작 '아메리카'를 각색한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의 '계급관계'는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되고 자취를 감춰 이젠 풍문 속의 걸작이 돼 버렸다. 카프카의 단편 '시골의사'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야마무라 코지. 그리고 스티븐 소더버그의 '카프카' 정도가 전부이다.


카프카의 변신을 영화로 만들고 싶어하는 감독이 있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가. 첫 번째로 떠오르는 이는 '플라이' '스파이더'를 통해 카프카의 불안한 영혼을 보여준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이다. 자신을 변태 감독이라고 부르는 것을 즐기는 듯한 일본의 소노 시온도 괜찮겠다. 박찬욱도 어울린다. 박찬욱보다 김기덕? 음… 취향에 따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사람은 어떠한가. 컬트의 제왕 데이비드 린치. 그는 카프카를 흠모한다. 데뷔작 '이레이저헤드'를 보면 불쌍하게 죽어간 그레고르 잠자가 자동 연상되지 않는가. 린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프카의 음울한 유머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나를 스릴 넘치게 만든다. 변신은 완벽한 분위기와 상황, 스토리, 캐릭터들로 이루어졌다."


변신에 대한 린치의 애정고백은 과연 영화로 변신할 수 있을까. 그는 2006년 '인랜드 엠파이어'를 발표한 이후 딸이 감독한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고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는 등 외도에 열중하고 있어 그의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은 아쉽기만 하다.


린치의 이미지로 표현한 카프카의 언어.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변신은 무죄지만 변심은 유죄다. 빨리 영화감독으로 컴백하시라.


'변신'은 카프카가 1912년에 쓰고 1916년에 출판했다. 올해는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린치는 1946년생이다. 올해 70세가 됐다. 비밀리에 촬영을 마친 린치가 올해 안에 불쑥 '변신'을 들고 나왔으면 좋겠다.


편집부장 keygrip@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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