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치적 상주'로…盧 지지선언 千은 '어색'…컷오프 이해찬, 더민주와 '데면데면'
[아시아경제 유제훈, 김해(경남)=홍유라 기자]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 추도식에 '노무현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때 노 전 대통령의 집권과 성공을 위해 한 뜻으로 뭉쳤던 이들은 세월이 흐르며 누군가는 상주(喪主)로, 또는 손님으로 분화된 모습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운명'이라 표현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추도식의 실질적 상주(喪主) 였다. 참배객들이 '문재인 만세' 등을 외치는 가운데 문 전 대표는 참배객들과 일일히 악수를 나누고, 더민주는 물론 국민의당 당선자들과도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계승자로서의 위상을 톡톡히 보여준 것이다.
문 전 대표는 4·13 총선에서 '호남참패'라는 리스크를 안게 됐지만, 한편으로 수도권 압승과 노 전 대통령의 근거지인 부산·경남(PK)에서의 대약진에 기여하면서 유력한 야권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문 전 대표는 추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노무현 두 분의 대통령이 평생동안 몸바쳐 노력한 우리 정치의 망국적인 지역구도 타파와 관련해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우리 당의 전국정당화를 만들어주셨다"며 "노 대통령 영전에 바친 가장 뜻 깊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좌(左)희정, 우(右)광재(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라고 불리며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날 추도식에 참석했다. 최근 '불펜투수로 몸을 풀겠다, 직접 슛을 때릴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대선 도전을 시사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 승리를 바탕으로 정권교체를 하는데 힘을 모으는 추도식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인생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경남 김해시을에서 2전3기 끝에 당선된 김경수 더민주 당선자도 추도식장에 자리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그는 추도식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길안내를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7년이 흐르며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들도 있었다. 추도식장을 찾은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대표적이었다. 지난 2002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현역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참여정부에서 여당 원내대표와 법무부장관을 지낸 그는 노무현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친노세력과 대척점에 선 국민의당에 몸 담고 있다. 이를 반영한 듯 천 대표의 봉하방문에서는 다소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다만 천 대표는 "국민의당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노무현이 꿈꿨던 사람사는 세상을 향해 국민과 함께 달려나가겠다"며 노 전 대통령 계승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실세 국무총리'로 활약한 이해찬 무소속 의원은 이번 추도식의 맏상제 역할을 했다. 추도식 내내 눈시울을 붉히던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씨와 자리를 함께했고, 문 전 대표와 함께 참배객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는 다소 어색한 악수를 나눴다. 김 대표는 이 의원과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악수만 한 번 했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울먹이며 조사를 낭독했던 한명숙 전 총리는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