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다음달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다. 연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한두번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23일 '2016 서울아시아금융포럼(SAFF)'의 패널토론에 참석한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 6월 미국의 금리인상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경제상황 등을 고려하면 미국 연준이 좀더 신중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날 '미국 금리인상, 신흥국 경제 지형 어떻게 바뀌나'를 주제로 열린 패널토론에는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을 좌장으로 박광우 카이스트(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하산 나크비(Hassan Naqvi)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닝 주(Ning Zhu) 상하이교통대학교 고급금융학원(SAIF) 부총장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다음달에 금리를 올리기엔 부담스러운 요인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나크비 교수는 "다음달 23일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지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가 열리기 때문에 미국 연준도 선거결과를 확인한 이후 통화정책 방향성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후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연내 많아야 한두번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부총장도 "미국은 국제적 측면, 국내적 측면 모두 살펴야하며 노동시장 지표가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만 다음달에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연내 남은 기간동안에도 제한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과거 연준의 금리인상 패턴과 비교해도 올해는 급격한 인상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 교수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렸던 1999년에는 11개월간 5번, 2004년에는 2년간 9번에 걸쳐 급격히 올린 것으로 봐서 올해 최소 4번은 올릴 것으로 생각됐지만 이제 올해가 절반정도 지난 상황에서 많이 올려야 두 번정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금리상승 스피드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국의 자본유출을 심화시키고 신흥국 통화 가치에 영향을 끼치면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많았다. 주 부총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흔들리고 있고 중국정부는 이 여파를 줄이기 위해 미국 달러화에 고정되어있던 위안화 가치를 다른 통화와도 연계시킬 수 있도록 국제화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주변 신흥국 통화가 모두 흔들릴 것이고 달러화 변동이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끼치면서 원자재 수출 중심의 신흥국 시장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비크 교수는 "그동안 미국의 저금리 기조 속에 수많은 신흥국 시장 기업들이 달러외화부채를 계속 늘렸고 이제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신흥국 기업들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신흥국 경제 전반에 실업률 늘고, 소비가 주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좌장으로 참여한 윤 선임연구위원도 "환율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투자자들이 당분간 신흥국에서 자금유출을 계속하면서 신흥국 시장 환경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에서 신흥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회복이 신흥시장의 침체분위기를 보상하고 남을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글로벌 경제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에 지나친 비관론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박 교수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이 9번에 걸쳐 4% 이상 금리를 급격히 인상한 시기에 중국 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한국 등 수출 중심 신흥국 경제는 오히려 크게 성장했었다"며 "이번에는 그때와 양상이 다르겠지만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을 철저히 진행하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된다면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기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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