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까지 여섯 경기 22타수 1안타·홈런 無
투수의 강속구·전략적 투구에 약한 모습
전문가 "변화구 등 한 가지 구종 노려라"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슬럼프일까.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의 부진이 길다.
박병호는 지난 17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8-10 패)에서 2루타를 친 뒤 이후 다섯 경기에서 1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24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와의 홈경기(4-10 패)에서 8회 좌전 안타를 한 개 쳤으나 네 차례 타석에서 삼진과 병살타를 한 개씩 기록하는 등 타격감이 좋지 않다. 홈런은 지난 14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경기(6-7 패)에서 시즌 8·9호포를 연달아 친 뒤 아홉 경기 째 나오지 않고 있다. 시즌 타율은 0.220(127타수 28안타·23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전날 타깃필드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서도 소득이 없었다.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나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헛스윙 삼진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좋은 타구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타격이 더 이어지면 상위타선을 지키기 어렵고, 매 경기 출장도 위협받을지 모른다.
박병호의 부진은 생각보다 일찍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지난 7일과 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 잇달아 투수가 던진 공에 맞았다. 특히 7일에는 강속구가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사구(死球)여서 고의가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이날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서는 첫 타석부터 머리에 사구를 맞았다.
투수들은 박병호의 장타를 의식해 몸에 바짝 붙는 공을 던졌다가 바깥쪽으로 유인구를 던지는 전략적인 투구를 했다. 박병호가 변화구보다 빠른공을 불편해한다는 사실도 잘 아는 듯하다. 어찌 됐든 박병호는 영향을 받았다. 14일에 나온 홈런 두 개를 제외하면 박병호가 생산적인 타격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박병호를 상대하는 구단의 분석과 투수들의 견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병호로서는 방망이에 재대로 맞는 안타를 쳐내는 외에 달리 슬럼프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50)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강속구를 던지지만 박병호의 배트 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일시적인 슬럼프에도 중심타선에 꾸준히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았다.
송위원은 "강타자라도 긴 시즌 동안 한 두 차례 찾아오는 슬럼프를 피할 수는 없다. 박병호를 상대하는 투수들도 타자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한다. 타석에서 부진한 이유는 두 가지 원인이 더해진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병호가 특정 구종을 노리기보다는 실투를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 승부를 오래 끌고 가다보니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려 좋지 않은 공에 방망이가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3일 현재 박병호의 콘택트율(타자가 방망이에 공을 맞힌 비율)은 67%로 팀에서 다섯 번째로 낮고, 메이저리그 전체로는 하위권인 532위다. 무안타를 기록한 최근 다섯 경기 동안 삼진은 여덟 개나 당했다. 송 위원은 "복잡한 수 싸움 대신 빠른 공이나 변화구 등 한 가지 구종을 노리고 타석에 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