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국내 대형 유통업체와 미국 컨설팅업체의 동반관계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형사책임 앞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0일 롯데마트의 제품 안전성 점검 담당직원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 가해업체 수사가 본격화한 이래 롯데마트 관계자가 검찰에 출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인기를 끌자 롯데마트가 2006년 뒤따라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출시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는 41명(사망 16명)의 피해자를 낳은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미국계 글로벌 PB 전문 컨설팅업체 D사와 공동 기획해 용마산업이 제조를 맡았고, 유해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MHG)이 원료물질로 쓰였다.
2003년 한국 시장 진출 이후 롯데마트 PB상품 컨설팅을 도맡다시피 해온 D사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인명사고 관련 형사책임을 두고 롯데마트와 반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마트는 유해성 검증을 포함 제품 개발 관련 업무 일체를 D사에 맡겼다고 주장하는 반면, D사는 안전성 검사가 의뢰 범위 바깥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는 것. D사는 제품 출시 당시 PHMG가 유해물질로 등록돼 있지 않은 만큼 원료물질로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컨설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D사 품질관리 책임자도 함께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검증하지 않은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수사를 통해 가려낼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홈플러스 품질관리 담당자 2명도 이날 불러 조사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달리 홈플러스는 유해성 검토나 시장성 조사를 포함한 제품 기획 전반을 내부 전담조직이 맡았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18일 홈플러스 개발담당 직원 2명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제품개발 경위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2004년 내놓은 PB 제품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는 28명(사망 12명)의 피해자를 낳았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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