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원 인턴기자] 인공지능(AI) 변호사가 미국의 대형 법률회사에 처음으로 채용돼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해외 로펌들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변호사 채용 방침을 밝혔다.
변호사 900여명이 근무하는 미국 대형 법무법인 베이커앤호스테틀러(Baker&Hostetler)는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를 고용해 파산 분야에 배치했다고 현지시간으로 16일 워싱턴포스트(WP)가 밝혔다. 이 부서는 기존에 사람 변호사 50여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커앤호스테틀러에 취업한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는 앞으로 판례 수천건을 검색해 이 법률회사가 수임한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골라내게 된다. 보통 법대를 갓 졸업한 초보 변호사들이 하던 일을 ‘로스’가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통해 맡게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는 캐나다 토론토대 출신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인 ‘로스 인텔리전스’가 만든 인공지능으로, 미국 IBM의 슈퍼 컴퓨터 왓슨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로스’가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변호사라고 주장한다.
앤드루 애루더 로스 인텔리전스 최고경영자(CEO)는 ‘“로스’는 연관된 판례 구절을 찾고, 인간 변호사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스’가 있으면 변호사들은 의뢰인의 변호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필요한 구절을 찾느라 수 시간씩 판례를 읽는 대신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로스 인텔리전스는 ‘로스’에게 법률 관련 문제를 일상적인 언어로 물어본다면 관련 법률과 사례를 분석해 답을 줄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로스’가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로스’를 파산 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있음을 밝혔다.
한편 베이커앤호스테틀러가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를 고용하면서 영국계 로펌인 링크레이터스(Linklaters)와 핀센트메이슨(Pinsent Masons) 등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법률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 발달이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국적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는 최근 연구에서 ‘로스’와 같은 인공지능 변호사가 법률시장의 일자리 3만여개 감소에 영향을 미쳤고, 20년 뒤에는 현재 법률시장 일자리의 39%가 사라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만 ‘로스’가 맡는 업무처럼 아직은 보조적 역할에 그칠 전망이어서 인간 변호사의 자리를 크게 위협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재원 인턴기자 iamjaewon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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