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된 가습기 살균제 '세퓨(Cefu)'의 원재료가 덴마크가 아닌 중국에서 수입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그간 보건당국이 세퓨의 원료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닌(PGH)이라고 밝힌 것과 다른 것이어서 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국의 조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서울 중구 서소문로 동화빌딩에서 세퓨에 원료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덴마크 회사 케톡스의 담 가드(Dam Gaard) 전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관계자들은 지난 9일과 10일 덴마크 항의 방문 활동 중 담 가드 전 대표를 만났다.
공개된 인터뷰에서 담 가드 전 대표는 "중국의 생산업자를 알고 있는데 한국에 대량으로 수출했다고 들었다"며 "세퓨의 내용물이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닌(PGH)이 아닌 PHMG로 99%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7년 한국에 40ℓ가 채 안되는 PGH를 농업용 살균제 샘플로 보낸 적만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버터플라이팩트를 전혀 알지 못하고 이들이 덴마크가 아니라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한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PHMG는 옥시 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비롯한 롯데 '와이즐렉', 홈플러스 PB상품, 이플러스 PB상품 등에 사용된 주원료다. 버터플라이팩트의 대표 오모씨는 직원 10명 안팎 영세업체를 운영하며 세간에 떠도는 자료를 통해 제조요령을 익혀 공장에서 PGH와 물을 섞어 제품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담 가드 전 대표는 "우리는 농업용이나 물 살균 용도로 팔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는 절대 팔지 않았다"며 "현재 덴마크에선 정부가 PGH의 판매를 중지하고 모두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는 2000년대 초반 SK케미칼이 케톡스에 PHMG 샘플을 보내 온 것도 확인됐다. SK케미칼이 샘플을 보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담 가드 전 대표는 "200g 정도 분말 상태의 PHMG 샘플을 SK케미칼에서 보내왔다"고 답변했다. 샘플의 용도에 대해서는 "당신이 SK케미칼이 무엇을 만들고 파는지 더 잘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