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다는 가족 '퍼스트', 지카 바이러스 공포, 빡빡한 스케줄 부담 "명예보다는 실익"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애덤 스콧과 마크 레시먼(이상 호주), 루이 우스트히즌, 찰 슈워젤(이상 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올림픽에 불참한다"고 선언한 선수들이다. 더욱이 골프가 1904년 세인트루이스 이후 무려 112년 만에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전 세계적인 골프붐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월드스타들의 기피현상으로 2020년 도쿄에서는 다시 정식 종목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선수들은 왜 올림픽에 무관심한 것일까.
일단 확고한 가족 중심적 사고관이다. 레시먼은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때문에 가족 건강이 걱정돼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레시먼의 아내 오드리는 지난해 4월 독성 쇼크 증후군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현재 회복 중이다. 지난해 '명인열전' 마스터스 역시 아내를 간호하느라 불참했다. "마스터스와 올림픽 모두 중요하지만 가족이 우선"이라고 했다.
다른 종목과 달리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빡빡한 스케줄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골프는 매주 대회가 열린다. 올림픽 앞뒤로는 특히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과 디오픈, PGA챔피언십 등 빅 매치가 줄지어 있다. 7주 동안 3개 대륙을 여행하며 소화하는 강행군이다.
올림픽 메달이라는 단순한 명예보다는 메이저 우승의 영광과 엄청난 우승상금 등 실익을 챙기겠다는 이야기다. "내가 올림픽을 건너뛰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힘든 일정"이라는 스콧은 "골프선수는 올림픽을 타깃으로 훈련하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며 "나 역시 매주 호주를 대표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여자선수들에게는 브라질에서 퍼지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의 공포가 위협이다. 신생아에게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질병이다. 브라질 바하 다 치주카의 올림픽코스에 2개의 인공호수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수와 갤러리 모두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아자하라 무뇨스(스페인) 등 2세를 계획하는 젊은 여자선수들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올림픽의 평범한 포맷도 문제다. 4라운드 스트로크 플레이를 펼쳐 개인전 우승을 가리는 게 전부다. 단체전은 아예 없다. 골프를 잘 알지 못하는 세계인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대회 방식부터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이번 리우 올림픽을 통해 골프의 붐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팀 이벤트와 남녀 혼성게임 등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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