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컵경기장=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서울 극장은 남자 두 명에 의해 만들어졌다. 통곡의 벽이라 불릴 만했던 대구FC 수문장 조현우와 그걸 뚫고 네 골을 폭발한 FC서울 공격수 아드리아노였다.
서울은 11일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 4라운드 홈경기에서 대구를 4-2 역전승으로 이기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120분 간의 드라마는 두 이야기로 구분됐다. 대구 수문장 조현우가 먼저였다. 조현우는 신기에 가까운 선방으로 대구 골문을 지켰다. 서울이 자랑하는 공격진도 조현우를 뚫지 못해 애를 먹었다.
조현우는 전반 37분 박주영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시동을 걸었다. 전반 44분에는 데얀이 마음 먹고 강하게 때린 오른발 중거리슈팅을 막아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는 오스마르와 데얀이 골문 바로 앞에서 슈팅을 연이어 때렸지만 모두 조현우가 골문 안으로 들어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서울은 그 사이 대구 세징야에게 두 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안되겠다 싶어 골잡이 아드리아노를 후반 10분에 넣었다. 조현우는 계속 선방쇼를 펼쳤고 아드리아노는 차츰 영점을 조절했다.
아드리아노가 절대 뚫리지 않던 조현우를 뚫었다. 결정력과 집중력을 발휘했다. 후반 28분에 심우연이 큰 키를 바탕으로 헤딩 패스해준 것을 아드리아노가 받아서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했다.
아드리아노는 후반 32분 내친 김에 동점골까지 만들어냈다. 대구 수비진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아드리아노가 공을 뺏어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동점이 된 후 조현우의 선방쇼가 다시 시작됐다. 연장 전반 10분에 주세종이 오른발로 때린 중거리슈팅을 한 마리 새처럼 몸을 날려 막아냈다.
아드리아노가 조현우를 넘기 위해 다시 나섰다. 연장 전반 13분 다카하기가 밀어준 침투패스를 그대로 오른발로 차 골문 윗그물을 흔들었다. 해트트릭이었다. 데얀, 박주영 등 잇다른 슈팅에도 꿈쩍 않던 조현우와 대구 골문은 아드리아노 앞에서만 열렸다. 연장 후반 막바지에는 아드리아노가 절묘한 궤적으로 날아가는 오른발 프리킥으로 네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결국 경기는 연장 접전 끝에 서울의 4-2 대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경기장 위 조현우와 아드리아노가 각자의 위치에서 클래스를 보여주면서 이날 경기의 묘미를 제공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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