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 해, 겨울에 ‘김치 나베’란 걸 처음 먹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이가 딱딱 부딪히는 추위에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일식집에서였다. 저녁식사 시간이 한참 지나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웠던 터라 고를 수 있는 메뉴가 몇 되지 않았다. 추우니 무조건 국물로 아무거나 시키자는 말에 사장님이 내 온 메뉴가 바로 ‘김치 나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칼칼하게 끓여 낸 김칫국에 우동면발 넣어 끓인 정도로 아주 특별한 레시피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베’라는 이름도 생소하고 생애 처음 먹은 김치 나베라 그런지 세상에 이런 음식도 있구나 신기했다. 그리고 넓적한 뚝배기에 끓여 나온 김치 나베의 개운하면서도 속까지 전해진 따뜻한 국물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맛에 홀려 그 해 겨울에는 뜨거운 국물에 입천장 데이는 줄 모르고 그 집 문턱이 닳게 들락거렸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치 나베’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그때 먹었던 맛도 맛이지만 그날의 겨울 공기, 선배랑 끼니도 놓치고 일했던 일상까지 한꺼번에 기억의 수면 위로 불쑥 떠오른다. 내게 ‘김치 나베’가 그렇듯 음식만큼 추억을 환기시키는 데 좋은 소재는 없는 것 같다. 고단했던 일주일이 마무리되고 좋은 사람과의 약속이 기다려지는 금요일. ‘김치 나베’ 같은 추억을 나눌 사람과 함께 정다운 한 잔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돈가스 김치 나베
재료(2인분)
배추김치 150g, 양파 1/4개, 실파 3줄기, 식용유 적당량, 고춧가루 0.3, 설탕 0.3, 후춧가루 약간, 물 1컵, 김칫국물 1/4컵, 국간장 1, 돈가스 1장, 달걀 1개, 밥 1공기
만들기
▶ 요리 시간 25분
1. 배추김치와 양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실파는 송송 썬다.
2.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썰어놓은 김치와 양파를 볶다가 고춧가루, 설탕, 후춧가루를 넣어 볶고 물과 김칫국물을 넣어 끓인 후 국간장으로 간한다.
3. 돈가스는 기름에 튀겨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김치 나베에 올린다.
4. 가장자리에 달걀을 풀어 넣어 가며 끓이고 송송 썬 실파를 올려 밥과 함께 곁들인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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