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실무진 중심 회의 개최 전망
출자·대출·펀드 등 다양한 시나리오 논의
새로운 대안 대신 지원 적합성 도출 관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해운·조선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TF)가 두 번째 회의를 이번 주에 실무진 중심으로 개최할 전망이다.
지난 4일 1차 회의 이후 연휴 기간 동안 자본확충 방안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확인, 정리한 만큼 보다 협의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자본확충 TF 2차 회의 개최 여부를 두고 실무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회의를 주재하는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이날부터 오는 13일까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연차총회 참석차 영국 런던으로 출장길에 올랐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들은 회의 주재를 국장급으로 낮추거나 실무진 회의로 개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임시공휴일로 인한 연휴가 생기면서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선제적인 자본확충 작업이 소강상태였던 만큼, 논의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TF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특히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의도하지 않은 억측이 금융시장에 불안을 조성하고 있는 만큼 TF에서 결론을 내리는 시기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관건은 새로운 방안 도출이 아니라 지원 적합성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대안보다는 그동안 제시됐던 정부의 재정집행이나 한은의 출자·대출 여부, 민간자본 유치 등 방안에 대한 의견 차를 좁혀야 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정부와 한은은 자본확충 필요성에 합의하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유 부총리는 지난 3일 “통화정책이 재정지원에 우선할 수 있다”고 밝히며 한은의 출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현물을 직접 출자하는 방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늦을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한은법 개정으로 산은채 등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해 후순위로 밀려났고,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산은과 수은이 발행하고 한은이 이를 사들이는 방안은 법 개정이 필요 없어 빠르지만 한은이 발권력 동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손실 최소화 원칙에서 보면 출자보다 대출이 부합한다”며 자본확충펀드 카드를 제안했다. 이 경우 한은 대출을 바탕으로 민간 자본을 유치한다는 점에서 부담은 적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2009년 당시에도 20조원의 펀드 조성이 목표였지만 막상 실행은 4조원에도 못 미쳤다.
해운과 조선에 이어 다른 업종으로 구조조정의 폭이 넓어지는 경우에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동원했던 부실채권정리기금이나 공적자금관리기금 등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아이디어 차원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지만 물밑에서는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한은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자존심 싸움이 숨겨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협의체 첫 회의를 진행한 만큼 본격적인 논의를 가질 예정”이라며 “구조조정의 시점이나 규모를 구체화하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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