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적자 나더라도 한꺼번에 정리"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적자가 나더라도 건전화를 위해 한번은 '빅 배스(big bath)'로 부실채권 정리를 해야한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아 3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은행이 조선ㆍ해운 등 취약 업종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곳 중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빅 배스는 잠재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농협은행의 부실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김 회장이 직접 '빅 배스'를 거론했을까.
농협은행은 조선ㆍ해운업종 기업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쌓느라 지난해 4분기 이후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창명해운 1944억원, STX조선해양 413억원, 현대상선 247억원 등 대손충당금만 3328억원을 적립했다.
하지만 이같은 충당금도 충분치 않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에 대한 충당금적립비율은 81.34%로 KB국민은행(156.8%), 신한은행(167%), 우리은행(126.5%), KEB하나은행(121.9%) 등 시중은행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여신위험도가 '회수의문'으로 부실채권 상태인 창명해운에 대한 충당금은 전체 여신 4032억원 중 2332억원에 불과해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역시 '회수의문'으로 분류된 현대상선도 758억원의 여신 중 445억원이 충당금으로 적립돼있다. 은행은 여신위험도에 따라 여신규모 대비 충당금 적립비중이 ▲정상(0.85%) ▲요주의(7%) ▲고정(20%) ▲회수의문(50%) ▲추정손실(100%) 등 5단계로 분류된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조선ㆍ해운업종 기업여신 중 정상, 요주의 등으로 분류된 여신들도 여신위험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정상'으로 분류돼 있어 여신규모가 1조5131억원에 이르지만 충당금 규모는 350억원 정도다. '고정'으로 분류된 STX조선해양도 전체 여신 2609억원 중 339억원, '정상'으로 분류된 한진해운은 761억원 중 19억원만이 충당금으로 적립돼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경우 자율협약 개시가 결정되면 여신위험도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얼마나 더 충당금을 쌓아야할지는 향후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을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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