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배(조선), 철(철강), 수(해운)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가운데, '실업대란'도 시작됐다. 특히 조선관련 기업이 밀집한 울산, 경남지역의 남성실업자는 최근 6개월 만에 두 배 가량 급증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체 실업자 수는 115만5000명으로 지난해 10월(83만9000명) 대비 31만6000명 늘어났다. 성별로는 남성실업자가 작년 10월 49만3000명에서 3월 70만1000명으로 치솟았다. 이 기간, 전체 실업자 증가폭은 38%, 남성실업자 증가폭은 42%에 달한다.
시ㆍ도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밀집지역의 실업자 증가세가 특히 눈에 띈다. 울산의 경우 지난해 10월 1만3000명 수준이었던 실업자가 올 3월 2만1000명까지 62% 늘었다. 남성실업자의 경우 7만명에서 14만명으로 무려 두 배 급증했다. 이는 전국 평균 남성실업자 증가율(42%)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거제, 창원, 통영 등 제조업 단지가 위치한 경남 역시 실업자 규모가 치솟았다. 전체 실업자는 55%(2만400명), 남성실업자는 80%(2만명) 늘어난 6만8000명, 4만5000명을 각각 기록했다.
고용노동부의 1분기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 신청동향을 살펴봐도 이 같은 추세가 뚜렷하다. 1∼3월 울산지역에서 실업급여를 새로 신청한 사람(9454명)은 전년 대비 18.2%나 늘었다. 전국 시도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로, 전국 평균 증가율 1.3%를 무려 14배 웃돈다. 해양플랜트산업을 포함한 건설부문 실업자의 증가율은 70.8%에 달했다.
울산ㆍ경남 지역에서의 실업규모가 유독 확대된 데는 최근 배ㆍ철ㆍ수 산업을 중심으로 한 부진과 구조조정 여파가 크다. 인력고용이 많은 조선업의 경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의 직접고용인원만 6만명, 협력사를 포함하면 15만명 상당에 육박한다. 수십만명의 생계가 구조조정의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과거 분기당 100여척을 수주하던 조선 빅3는 지난달 단 한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올 들어 4월까지 수주한 선박도 3사를 통틀어 8척에 불과하다. 오래전부터 경영부진을 겪어온 중소조선사들은 이미 구조조정카드를 다 꺼낸 데다, 신규수주마저 끊겨 더 이상 버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실업규모는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산업 구조조정까지 본격화될 경우 선밸리(Sun valley)가 러스트밸리(Rust valley)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는 까닭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실업규모를 추산하기 어렵다"며 "해고자가 수천명 규모였던 쌍용차 사태와 비교할 때 사회적 파장은 더 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등 정부 차원의 실업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과 같은 일자리 셰어링, 기업 내 트랜스퍼 컴퍼니 설립, 조정기금 마련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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