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더이상 ‘아웃사이더(outsider·외부자)’가 아니다. 트럼프는 3일(현지시간) 치러진 인디애나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50%가 넘는 압승을 거뒀다. 인디애나주는 공화당 주류의 지원을 받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연합전선을 형성, 최후 저지를 위한 방어선을 쳤던 곳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른바 당내 주류가 만든 인디애나 저지선을 압도적인 지지율을 앞세워 가볍게 무너뜨렸다. 트럼프 저지에 힘을 합쳤던 크루즈와 공화당 주류는 이번 패배로 사실상 전의를 상실했다. 크루즈 의원도 끝내 이날 저녁 경선 중단 선언을 하며 자진 사퇴했다.
공화당 주류는 과반수 득표만이라도 저지해 전당대회에서의 결선 투표로 역전을 노렸지만 그는 이미 ‘멈출 수는 없는(unstoppable) 트럼프’가 돼있었던 셈이다.
인디애나주 경선 이전에 이미 997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던 트럼프는 이제 자력으로 당당히 공화당의 대선 후보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이는 변방의 아웃사이더로 시작했던 트럼프의 도전이 공화당과 미국 보수층의 주류로 자리잡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해 6월 트럼프가 뉴욕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해도 워싱턴 정가에선 ‘부동산 사업가이자 방송인이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 정도로 치부했다. 멕시코 불법이민자를 마약범이나 강간범으로 몰아붙이고,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발언에 대해 언론의 비웃음 거리였다.
그러나 인종적 혐오와 배척을 바탕으로 깔고 있는 트럼프의 ‘막말’은 순식간에 그를 공화당내 지지율 2위 후보에 올려놓았다. 7월부턴 아예 지지율 1위로 부상했고 이후엔 한번도 선두를 내준 적이 없다.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태풍’의 근저에는 미국민들의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가 광범위하게 도사리고 있다. 지난 해 12월 뉴욕타임스(NYT)는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정치에 능숙한 정치인보다는 자신을 대신해 속 시원하게 할 말을 다해 주는 정치인에 열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경선 도중 실시된 지역별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투표자 중 주류가 아닌 아웃사이더가 대선 후보가 되도 좋다는 응답이 60~70%를 넘어섰다.
여기에 트럼프는 자신의 막말을 통해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있는 미국 저소득및 중산층과 백인 보수층의 분노를 여과없이 대변해내는 비상한 감각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그가 언급했던 이슬람 이민자 입국 금지나 한국 일본 안보 무임승차론,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고 표현한 중국에 대한 적대감은 국제적 망신을 샀다.그러나 그를 지지하고 있는 저소득층과 백인 근로자, 보수층은 오히려 이같은 발언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며 오히려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트럼프는 경선 도중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하게 집어내서 물고 늘어지는 실전 능력도 보여줬다. 미국 언론들은 크루즈가 최근 강력하게 추격해오자 트럼프는 크루주 부친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설 연루설을 이슈화하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미국 정가와 사회는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공화당과 보수층은 이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의 주장과 노선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이를 둘러싼 미국 사회내 격렬한 대립과 격론도 함께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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