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밝혀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음식을 먹고 영양분 섭취하는 것과 별도로 음식의 맛과 냄새만으로도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달콤하고 짭짤한 맛을 번갈아 즐긴다는 뜻의 '단짠단짠'은 맛있는데 몸에 좋지 않은 설탕과 나트륨을 지나치게 섭취할 위험이 있습니다. 한 입씩 맛만 보고 숟가락을 내려놓으면 괜찮은 것일까요?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도연)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와 박사과정 뮤라트 아르탄(Murat Artan) 씨는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감각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아 활발하게 작용하면 체내의 인슐린 유사물질이 늘어나 몸 전체의 노화를 촉진시키고 수명을 줄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노화 연구에 널리 쓰이는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감각신경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과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먹이인 대장균에서 감각신경에 자극을 주는 화학물질을 추출해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INS-6라고 하는 인슐린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호르몬은 수명연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FOXO인자의 활동을 둔화시킴으로써 체내 다른 부위에 신호를 보내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세포의 활성화가 수명 단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빛을 통해 특정 감각 신경계의 활성에 영향을 주는 광유전학 기술을 사용한 자극으로도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INS-6 호르몬이 수명을 조절한다는 것과 감각신경세포가 주변의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과정이 수명을 결정짓는 가장 첫 번째 단계임을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연구 논문은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진스 앤 디벨롭먼트(Genes and Development)' 최신호의 표지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이 교수는 "음식의 영양분이 아닌 냄새와 맛 자체가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이라며 "감각신경세포에 가해지는 자극으로 인해 수명이 변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이번 연구가 앞으로 노화와 수명조절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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