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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너(DNA)를 알고 藥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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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식중독균 제어원리·패혈증 실마리 찾아내

[과학을 읽다]너(DNA)를 알고 藥을 알았다 ▲이중 나선구조의 DNA.[사진제공=한국생명공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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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전사와 번역.

이 두 단어 속에 우리 생명의 본질이 숨겨져 있습니다. DNA(디옥시리보오스핵산)에는 유전물질이 들어있습니다. 전사(Transcriptions)는 DNA에 존재하는 정보를 RNA(리보핵산)로 전환합니다. RNA는 번역(Translations)을 통해 단백질을 생성하게 됩니다. DNA는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복제하는데 관여합니다. 단백질은 실제로 생리적 기능을 발휘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RNA는 DNA의 형태로 저장돼 있는 유전정보를 단백질로 해석합니다. 이 시스템이 우리 몸을 이루는 기본적 리듬 시스템입니다.


'DNA에서 단백질까지' 이르는 이 과정을 이해한다면 유전적 질병은 물론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최근 국내 과학계에서 이 같은 생명공학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를 만드는 성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학과 의학이 만나는 접점에서 신약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신약 개발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짧아도 10년 정도 시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 시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1상 임상시험은 20~100명 이내의 정상 대조군을 대상으로 부작용 없이 투여할 수 있는 최대 투약 양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이어 2상 시험은 환자 군을 포함해 수 백 명 정도를 대상으로 독성과 효능 여부를 파악합니다. 마지막으로 3상 시험은 대규모 환자 군을 대상으로 장기적 부작용과 효능을 최종적으로 판단합니다. 이 같은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학적 성과가 나왔다고 해서 치료제가 '뚝딱'하고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단백질 작동원리로 식중독균 제어=식중독균을 제어할 수 있는 신규 항미생물제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DNA에 결합하는 단백질의 새로운 구조와 작동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DNA에 결합해 생명체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억제인자와 항억제인자의 새로운 구조를 밝혔습니다. 기존 방식과 다른 결합과 분리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규명했습니다. 억제인자는 생명체의 DNA에 결합해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하는 조절 단백질을 말합니다. 이와 반대로 항억제인자는 억제인자 단백질에 달라붙어 억제인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단백질입니다.


특정 유전자를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DNA로부터 억제인자를 떨어뜨리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DNA에 안정하게 결합하고 있는 억제인자를 떼어내는 메커니즘이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억제인자 자체를 분해하거나 항억제인자를 이용해 DNA로부터 억제인자를 떼어내는 방식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살모넬라균과 같은 식중독 원인균은 다양한 병원성 유전자를 발현함으로써 식중독을 일으킵니다. 연구팀은 살모넬라균을 특이적으로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인 SPC32H로 부터 기존에 보고된 것과 종류가 다른 억제인자(Rep), 항억제인자(Ant) 한 쌍을 발견했습니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만을 특이적으로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 세균 바이러스라고도 부릅니다.


X-선 결정학 기법을 이용해 두 단백질 복합체의 고해상도 3차원 구조를 규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억제인자는 2량체를 이뤄 DNA에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억제인자가 4량체를 이뤄 DNA에 결합하며 특히 서로 다른 2개의 비대칭적 2량체로부터 각각 하나씩의 DNA 결합 도메인이 관여해 DNA에 결합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생물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억제인자-항억제인자 쌍을 다양한 식중독균에 적용할 수 있다면 식중독균이 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선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유상렬 서울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유전자의 발현을 떨어트리는 조절 단백질이 DNA에 어떻게 결합하는지, 어떻게 분리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며 "이 조절 단백질이 식중독균의 병원성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가 진행된다면 식중독 원인균에 대한 새로운 항미생물제제를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단백질 연구 통해 수천만명 사망케 하는 패혈증 실마리 찾아=패혈증 치료에 새 길이 열렸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단장 고규영)이 패혈증 진행과 치료의 새로운 혈관표적 TIE2를 발견했습니다. 이를 활성화하면 패혈증 악화에 강력한 억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TIE2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실험적 항체 '앱타(ABTAA)'를 사용했습니다. '앱타'는 혈관 손상을 예방하면서 동시에 혈관을 강화하는 이중 작용 실험적 항체입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90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패혈증은 치사율이 높은 질병 중 하나입니다.


연구팀은 패혈증의 진행과정에서 혈관 손상과 혈액 누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패혈증에 걸리면 혈관내피세포의 항상성이 깨집니다. 내피세포를 감싸주는 주변지지세포가 조직에서 탈락하고 내피세포표면층이 무너지면서 혈액과 염증세포 등이 혈관 밖으로 누출됩니다. 그 결과 주변 장기에 큰 손상이 가해지고 특히 폐와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죠.


혈관내피세포의 항상성에는 TIE2 수용체와 ANG2 단백질이 관여합니다. TIE2 수용체는 미세혈관을 안정화시키고 보호합니다. 반면 혈액 내 ANG2 단백질은 TIE2 수용체에 특이하게 결합해 혈관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누출을 유발합니다.


연구팀은 혈관내피세포의 항상성을 연구한 결과 ANG2 단백질 작용을 억제하면서 TIE2 수용체를 활성화하면 혈관 강화 과정을 통해 혈액 누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패혈증에 걸린 실험동물에 앱타를 적용하면 폐와 신장에서 일어나는 혈액누출, 혈관손상, 염증반응, 부종 등이 감소하며 생존율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패혈증에 걸린 실험동물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80시간 내 모두 폐사했는데 앱타를 투여한 경우 30% 이상이 생존율을 보였습니다. 앱타와 항생제를 함께 투여할 경우 실험동물의 생존율은 약 70%까지 증가했습니다.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는 탄탄한 기초연구가 난제의 패혈증 연구와 치료방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례"라며 "메르스, 에볼라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과 각종 박테리아 감염 등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패혈증 치료에 혈관 TIE2 활성제가 추가 선택치료 약물로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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