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ㆍ이하 옥시)의 계열기업이 최근 서울 번화가에서 콘돔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팝업 스토어(짧은 기간 운영하는 상점)를 열었다가 역풍을 맞았다.
옥시의 계열사 듀렉스코리아는 최근 신제품 홍보를 위해 홍대 주차장 거리에 콘돔 형상의 마케팅 시설을 마련했지만 26일 이를 해체했다. 22일부터 28일까지 7일 동안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새로 나온 콘돔 '리얼필'을 알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이틀 앞당겨 서둘러 홍보를 접은 것이다.
지난 주말인 22일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때,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체험을 하겠다는 젊은 인파도 몰렸다. 이곳을 방문했던 대학생 정모(26)씨는 "젊은 여성들 뿐 아니라 커플들도 많았다"며 "체험관에 들어가려면 줄을 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줄을 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를 누리던 행사를 왜 서둘러 끝냈을까. 업체 측은 "일찍 종료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듀렉스가 옥시의 계열기업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공개 마케팅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듀렉스가 팝업스토어를 접은 날은 옥시 관련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시점이었다. 25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물의를 빚은 기업이 성인용품을 거리에서 버젓이 광고하는 것도 논란이 됐다. 직장인 박모(33)씨는 "홍대거리엔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많이 지나다닌다"며 "시대가 아무리 변했다지만 콘돔 팝업스토어를 길거리 한복판에 설치했다는 게 좀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듀렉스 팝업스토어는 투명한 벽을 활용해 밖에서도 안이 훤히 보이도록 해놓았다. 이 때문에 듀렉스에 시민들이 민원을 제기했고, 회사 측이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스스로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구청에 신고하고 설치한 광고부스가 아니다"며 "해당 회사가 민원을 받고 자체적으로 철거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홍대 주차장거리의 주차라인이 끊기는 부분에 빈 공간에 광고부스를 세우면 시민들이 유턴하기도 불편하다"며 "거기에 광고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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