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신현우 검찰 출석…"피해자에게 정말 죄송"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사전인지 여부 조사…검찰 "공소시효 부분 문제 없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준영 기자] 검찰이 2001년 '가습기 살균제' 출시 당시 옥시 대표이사를 지낸 신현우(68)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6일 오전 10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이하 옥시) 전 대표인 신씨를 소환해 가습기 살균제 출시를 둘러싼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신씨는 검찰 청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피해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소명하겠다"면서 "제품의 유해성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신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것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임산부와 영유아가 연쇄 사망한 지 5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신씨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양화학공업에 입사했다. 신씨는 1991년 동양화학 생활용품사업부(옥시) 대표에 오른 뒤 2005년까지 10년이 넘도록 옥시 대표이사를 지냈다. 신씨는 영국계 레킷벤키저가 2001년 동양화학 계열사인 옥시를 인수한 이후에도 대표이사 자리를 지켰다.

신씨는 2005년 옥시를 떠난 뒤 자동차전문기업 B사 지분을 인수했으며, 부회장이자 최대 주주로서 참여하고 있다. 또 신발 브랜드 S사의 주요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신씨는 옥시 대표 시절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형사처벌 위기에 놓여 있다.

검찰은 신씨와 함께 옥시 연구소 전 소장 김모씨와 전 선임연구원 최모씨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옥시가 유해성 의혹이 제기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인산염 성분을 넣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게 된 경위, 해당 화학성분의 인체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피해 소비자들이 호흡곤란 등 부작용을 호소한 데 대한 옥시 측의 대응, 제품 용기에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것처럼 표시한 경위 등도 확인할 예정이다.

옥시 광고 문제는 대법원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옥시는 2000∼2011년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이라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고 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허위·과장 광고를 냈다면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100만원을 납부하도록 했다. 옥시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주성분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인체에 안전한 것처럼) 표시했다"면서 공정위 처분은 정당하다고 정리했다.

검찰은 옥시 측이 제품의 유해성에 대해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결국 사망, 상해 등 인명피해로 이어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혐의가 포착되면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죄 적용은 검토해봤지만, 고의를 인정하기 쉽지 않아 법리상 적용이 어렵다"면서 "공소시효 부분은 사망이나 상해 발생 시점이 기산점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