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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눈' 허블망원경, 다섯번 죽다 살아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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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비티'서 그들이 목숨걸고 수리한 그것… 지구궤도 진입 26주년

'우주의 눈' 허블망원경, 다섯번 죽다 살아난 사연 ▲허블우주망원경[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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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지구로부터 600km, 소리도 기압도 산소도 없는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산드라 블록(스톤)과 조지 클루니(매트)가 목숨을 걸고 유영을 하는 이유는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망원경 수리 중 산드라 블록은 불의의 사고로 우주 공간에 내던져진다. 2013년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허블우주망원경은 실제 존재하며 지금까지 다섯 차례 영화에서처럼 우주에서 수리가 진행됐다.

25일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구궤도 위에 오른 지 26년이 되는 날이다. 1990년 4월 2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디스커버리호에 이 망원경을 실어 우주로 보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다음날 지구궤도에 오른 것이 확인됐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한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딴 이 망원경의 렌즈 직경은 2.4m로, 지상의 직경 10m 렌즈 망원경보다도 선명하게 우주를 볼 수 있었고 최대 10억 광년(빛이 10억년 가는 거리)까지 관측 가능했다.


당초 과학자들이 예상한 수명은 15년이었지만 허블망원경은 지구궤도 위에 오른 후 610㎞ 상공에서 26년 동안 우주의 신비를 촬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구로 보내온 사진만도 150만장이 넘는다. 이를 바탕으로 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은 1만2000건 이상이라고 한다.

'우주의 눈' 허블망원경, 다섯번 죽다 살아난 사연 ▲허블망원경이 촬영한 우주[사진제공=NASA]


▲허블의 위기, 5번의 수술 = 허블망원경의 수명이 연장된 것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속적인 수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화 그래비티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위험천만한 수리 작업은 지금까지 다섯 번 있었다. 우주왕복선에서 뻗은 로봇팔로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망원경을 움켜쥐고 비행사들이 우주를 유영하며 직접 수리를 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이었다.


첫 수리는 1993년 12월이었다. 처음에 허블우주망원경은 기대와 달리 흐릿한 사진을 보냈다. 연구진은 제1반사경이 타원형으로 깎여야 하는데 완전한 구면으로 깎여 초점이 흐려졌다는 것을 밝혀냈다. NASA는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우주 수리작업을 진행했다. 수리비는 6억2900만 달러가 들었다. 우주 왕복선 인데버호를 발사해 11일 동안 11곳의 장비, 부품을 교체했다. 초점이 안 맞았던 제1반사경과 햇빛을 받으면 심하게 떨렸던 태양열집열판, 행성관측카메라 등이 교체됐다. 전자 장치들도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리를 하지 않으면 폐기해야할 상황이었다고 한다. 수리를 담당한 4명의 과학자가 한 번에 6~7시간 걸리는 우주유영을 5회 이상 했다. 햇빛을 받을 때는 작업을 할 수 없어 태양의 반대편에 들었을 때 플래시에 의지한 채 어두운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이 첫 수리 후 허블의 선명도는 50% 높아졌다.


'우주의 눈' 허블망원경, 다섯번 죽다 살아난 사연 ▲허블우주망원경 수리[사진 제공=NASA]


두 번째 수리는 1997년 첨단장비 교체작업을 위해 이뤄졌다. NASA는 7명의 우주비행사와 장비를 실은 디스커버리호를 쏘아 올렸다. 우주에 떠있는 먼지안개를 뚫고 은하중심부 깊숙한 곳에 있는 블랙홀의 모습까지 탐지해낼 수 있는 장비가 장착됐다. 세 번째는 1999년 12월이었다. 당시 허블망원경의 기기 고장으로 한 달이 넘도록 관측 자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NASA는 항법장치인 자이로스코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중 4개를 교체했다. 알루미늄 피복제와 지상과의 송수신 장비도 바꿨다.


2002년 3월엔 최대 업그레이드 작업이 이뤄졌다. NASA는 허블망원경의 기존 카메라 대신 7600만 달러짜리 '첨단관측카메라'를 달았다. 이 작업을 통해 허블의 시력은 10배 높아졌다. 전력통제장치도 교체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우주에서 이뤄진 이 작업은 많은 전선과 장비들이 엉켜 있어 잘못될 경우 망원경을 아예 못 쓰게 되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우주유영으로 평가됐다.


허블은 2004년 최대 위기와 맞닥뜨렸다. NASA가 허블우주망원경을 유지 보수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우주왕복선 계획은 더 이상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계속 유지시키자는 여론이 조성됐고 결국 2009년 5월 우주왕복선 애틀란티스호가 다섯 번째 수리를 위해 발사됐다. 다섯 번째 수리에서 허블 망원경에 새로운 카메라와 배터리, 자이로스코프 등이 장착됐고 고장이 난 컴퓨터 등이 수리됐다.


'우주의 눈' 허블망원경, 다섯번 죽다 살아난 사연 ▲허블우주망원경[사진제공=NASA]


▲허블의 업적과 후계자 = 다섯 번의 수리로 26년을 버틴 허블우주망원경은 그동안 수많은 우주의 신비를 포착했다. 대표적인 것이 블랙홀이다. 은하의 중심부에는 태양 질량의 수억 배에 달하는 초중량 블랙홀이 존재해 은하의 물질을 빨아들이며 은하의 탄생과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허블망원경의 또 다른 공로 중 하나는 우주의 나이를 추정하는 범위를 좁혔다는 것이다. 기존에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100억년에서 200억년 사이일 것으로만 봤다. 허블망원경이 밝힌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이었다. 또 허블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기존에는 우주의 팽창이 점점 느려질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크기가 더 빠르게 커지는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한 것이다.


'우주의 눈' 허블망원경, 다섯번 죽다 살아난 사연 ▲허블망원경으로 본 우주[사진 제공=NASA]


인류가 볼 수 있는 가장 먼 우주를 촬영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를 '허블 딥 필드'라고 한다. 허블 딥 필드는 저 멀리 보이는 우주에 수천 개의 은하가 존재하고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은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은하보다 크기가 작고 모양도 불규칙한 것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는 은하 생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됐다. 이후 촬영된 허블 울트라 딥 필드는 1만개의 은하를 포착하기도 했다.


태양계 밖의 행성을 관측하고 이들 행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일도 했다. 외계 행성인 '포말하우트B'의 가시광선 영상 관측에 성공했고, 외계행성 'HD209458B'를 분광 관측해 수소뿐 아니라 탄소, 산소, 나트륨 등이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고 한다.


이 같은 공로를 세운 허블망원경은 2년 뒤면 회수돼 스미소니언박물관에 보존된다. NASA는 2018년부터는 허블망원경보다 성능이 100배 뛰어난 제임스 웹 스페이스 망원경(JWST)을 가동할 계획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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