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녀와 무관한 모델 자료화면 내보내 논란…대법 "보도와 무관한 자료화면 표시도 없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이 배우 이병헌을 협박한 여성 모델 관련 방송을 내보내면서 '협박녀(女)'와 무관한 여성 모델을 자료화면에 등장시켰다면 명예훼손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병대)는 국외에서 활동 중인 여성 모델 B씨가 문화방송과 '리얼스토리 눈' 제작진 등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B씨는 2013년 케이블TV 모델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국외에서 패션 모델 활동을 하는 인물이다. MBC는 2014년 9월 '리얼스토리 눈'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병헌씨 협박 사건을 다뤘다.
'리얼스토리 눈'은 이병헌씨를 협박한 사람에 관해 걸그룹 출신 김모씨와 함께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이라는 자막과 함께 B씨가 등장하는 영상을 6초 동안 방영했다. B씨는 이른바 이병헌 협박녀 모델 A양과는 무관한 인물이다.
B씨는 "이병헌 협박 사건의 피의자인 ‘모델 A양’인 것처럼 묘사했다"면서 "MBC는 정정보도할 의무가 있고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MBC 측은 "이병헌 협박 사건의 피의자가 원고라고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피의자로 오해를 받을 가능성도 없다"면서 명예훼손 주장을 반박했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B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정정보도와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은 MBC 등이 각자 B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원고가 나타나는 영상을 충분한 편집 없이 그대로 사용하여 보도함으로써 원고가 이병헌 협박 사건의 피의자라는 오해를 유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은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원고가 등장하는 패션쇼 장면에 자료화면이라고 표시하고 원고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으로서, 이러한 취지와 표시 등에 비추어 볼 때 (걸그룹 출신 김모씨) 이외 다른 여성 1명이 모델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것일 뿐, 그 여성 1명을 원고로 특정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아직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특정 피의자 ‘모델 A양’에 관한 과거 영상자료라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이 사건 모델 영상은 보도내용과 관련이 없다’는 등 당해 보도와 무관한 자료화면이라는 표시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패션쇼 영상을 통해 (프로그램) 최종회의 전체적인 무대 구조가 나타났고, 이 사건 모델 영상은 등장인물인 원고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에도 불구하고 얼굴 윤곽, 의상의 종류와 색, 걷는 자세, 머리스타일의 구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모델 영상이 삽입된 부분의 표현은 그 보도내용과 개별적인 연관성을 가지는 원고에 관한 진실하지 아니한 사실적 주장 또는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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