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장애인의 날…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대책 촉구 집회 후 청사 진입 시도
-3시간 동안 출입문 모두 폐쇄 조치
-市 "작년 장애아동 놓고 부모들 귀가. 로비 뛰어다녀 업무 마비…선제 대응"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문제원 수습기자] 18일 오후 12시부터 3시간가량 서울시 본청 건물 정문과 후문이 모두 폐쇄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발달장애아 학부모 모임) 회원들이 집회 후 본청에 들어가려하자 서울시가 이를 제지하기 위해 출입문을 모두 잠근 것이다. 시는 "지난해 본청 1층에 발달장애 아동들을 며칠씩 데려다 놓으며 농성을 한 적이 있어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 농성자들은 물론 시를 방문했던 민원인들까지 오후 2시40분까지 본청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를 두고 시의 과도한 대응이라는 의견과 장애아동 부모들의 지나친 점거 시위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는 이날 시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주거지원, 발달장애인 소득 보장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등 6가지 정책을 요구했다. 단체는 "지난 3월부터 시는 우리가 얘기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고 기다리라고만 한다"며 "국장급 이상 간부와 면담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15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기자회견이 진행될 때 시는 정문만 폐쇄했다. 이후 이들 단체가 본청으로 들어가려하자 시가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후문과 지하1층 시민청까지 본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를 모두 봉쇄했다.
시는 지난 악몽을 떠올렸다. 지난해 4월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본청 1층 로비를 여기저기 뛰어다닌 발달장애 아동들 때문에 업무가 마비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아 학부모들이 시위 방식의 일종으로 아이들을 집회 현장에 데려다 놓고 집에 가버린 것이다. 지난달에도 서울시교육청 앞에 발달장애아를 내려놓고 부모들이 그냥 가는 바람에 9시간가량 길바닥에 있던 아이들은 시교육청 별관 사무실로 안내돼 밤을 보냈다. 시 관계자는 "이미 경찰청과 교육청 등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는 얘기를 듣고 미리 대응한 것"이라며 "관계자와 면담을 주선하기로 하고 해산시킨 후 오후 2시40분쯤 문을 다시 개방했다"고 말했다.
시와 단체의 다툼 속에 이날 시청을 찾은 애꿎은 시민들만 예고되지 않은 출입통제로 불편을 겪었다. 민원 접수나 물건 배달을 위해 왔다 출입문이 닫히는 바람에 기다리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민원 해결 업무 때문에 시청을 방문한 50대 남성은 "담당 공무원이 전화도 받지 않고 어디로 오라고 말도 안 해서 화가 난다"며 언성을 높였다. 배달서비스를 하는 한 남성은 제 시간에 물건을 배달하지 못하자 초조한 듯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청원 경찰에게 언제쯤 들어갈 수 있냐며 계속 묻기도 했다. 시청에서 우편물 전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25)씨는 "곧 직원이 나온다고 하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며 "또 물건을 받아 나와야 하는데 지연되니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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